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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성이 Jul 13. 2022

캠핑장에서 만난 다양한 빌런들

# 캠핑은 언제나 맑음

본문의 내용과 관계없는 캠핑 사진입니다.

캠핑을 하다 보면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고마운 캠퍼분이나, 상대를 배려해주는 좋은 이웃을 만나기도 하지만, 아주 가끔 소중한 캠핑을 망치거나 방해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우린 그런 사람들을 "캠핑 빌런"이라고 하는데요.


제가 캠핑을 하면서 경험한 '빌런' 몇 분을 소개하려 합니다.


 1. 작은 가슴 아저씨 빌런



작년 여름으로 기억합니다. 사이트 간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텐트를 설치할 때 폴대가 먼저 자리 잡고 있던 옆 텐트를 찌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피칭했던 기억이 나는 청평에 있는 모 캠핑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캠핑장에 도착해 열심히 텐트를 설치할 때부터 저녁식사를 마치고 밤에 불멍을 할 때까지 옆 텐트에서는 김광석 님의 노래가 쉬지 않고 들렸습니다. 저도 김광석 님의 노래를 좋아하기도 하고, 캠핑장에서 김광석 님의 노래는 감성적으로도 잘 어울리는 편이기에 잔잔하게 음악만 들렸다면 괜찮았을 텐데, 옆 텐트의 아저씨 김광석의 노래를 계속 따라 부릅니다.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그 아저씨 은근 노래를 잘하셨습니다. 아마도 학창 시절 학생회실 또는 동아리 방에서 기타 치며 여심을 적절히 공략했던 경험에서 쌓인 관록과 노련미가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아저씨 "먼지가 되어"라는 노래만을 계속 부르시는데, 노래 전체를 부르는 게 아니고 후렴구의 "작은 가슴을 모두 모두어 시를 써봐도 모자란 당신" 이 부분만 계속 흥얼거리십니다.


고기를 구우실 때도, 화장실에 갈 때도, 불멍을 할 때도, 아침에 철수할 때도 2박 3일 동안 "작은 가슴을~~" 흥얼거렸습니다. 이 아저씨 작은 가슴에 무슨 한이 맺히신 일이 있으셨는지 작은 가슴을 찾으십니다. 하지만 아저씨 가슴을 보니 그런 고민 안 하셔도 될 거 같은데요.


다시 생각해보니 이 아저씨는 피해를 주는 빌런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근데 그때 캠핑하던 기간 중 계속 머릿속에 "작은 가슴을~" 이 아른거렸습니다. 당시 8살이던 아들도 집에 오는 차 안에서 갑자기 "작은 가슴을 ~ 당신" 이랬으니까요.

그래도 샤이니의 "링딩동"이 아니라서 다행이네요. 그 노래 잘못 들으면 한 5일은 머릿속에서 링딩동 해대던데..


본문 내용과 관계없는 캠핑 사진입니다.


2. 집들이 빌런


코로나 이전이니까 2~3년 정도 전에 있었던 일인 것 같습니다. 포천에 있는 캠핑장이었는데, 사이트가 넓고 주변에 물이 흐르는 계곡도 근처에 있고 아이들을 위한 놀이 시설도 있어 가족 캠핑으로 아주 만족하며 첫 날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저희 가족을 괴롭히는 빌런 무리가 드디어 도착했는데, 비어 있던 저희 옆자리에 사이좋아 보이는 커플이 텐트를 치고 타프도 설치하고 이것저것 장비를 열심히 정리합니다. 이때까지는 보기 좋아 보이는 이 커플이 빌런으로 돌변할 줄은 몰랐습니다.


마음속으로 우리도 연애할 때부터 캠핑을 했으면 와이프의 요리 솜씨를 진작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하며 캠핑을 늦게 시작한 것에 대한 약간의 후회도 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요리가 결혼생활의 전부는 아니니까요. 그리고 요즘 밀키트도 아주 맛있습니다.

친구들은 결혼하면 살찐다는데 결혼 10년 차인데 총각 때와 별 차이 없어서 몸매 관리도 되고 좋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야기가 잠시 다른 데로 샜네요.


아이와 잠시 계곡에서 놀다 왔는데, 옆 텐트에 손님이 놀러 온 듯합니다. 두 명의 남녀에서 네 명의 남녀로 인원이 증가했네요.

'잠시 있다 가겠지' 또는 '4명이 온 거구나'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이때까지는 시끄럽거나 저희한테 방해되는 게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

잠시 후 차량 한 대가 더 들어오며 남녀 세 명이 내립니다. 양손에 고기와 술 등 먹을 것을 잔뜩 들고 내리는 남녀, 이때부터 조금씩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저 사람들 저녁만 먹고 가겠지 하며 애써 무시했습니다.

무슨 집들이 온 사람들 같이 느껴집니다. 양손 무겁게 찾아오는 모습이 딱 집들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집들이 올 때 자기가 앉을 의자를 들고 오는 동방예의지국의 후손답게 공손한 분들입니다.


저녁 시간이 되어 저희 가족도 저녁을 먹을 준비를 하는데, 차가 한 대 더 들어옵니다. 이번에는 2명이 역시

마트의 비닐봉지 큰 거 두 개를 들고 내립니다. 9명.. 드디어 야구팀의 완성입니다. 두 명만 더 왔으면 축구팀인데, 축구팀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긴커녕 이 젊은이들 그냥 고기 먹고 술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웠으면 좋았을 텐데, 큰 소리로 듣기 거북한 욕을 하면서 대화를 합니다.


마음속으로 "너네들의 호칭이 서로 시 X놈인 건 익히 들어 충분히 알겠는데, 제발 욕은 안 하고 먹으면 안 되겠니? 애들도 있는데, 욕을 플라라니아처럼 무한 증식시키는 것들아!"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자기들 사이트에 주차할 곳이 부족했는지 한 마디 양해도 없이 저희 사이트 1/3을 비스듬히 막고 차 한 대를 주차까지 했습니다.


캠장님에게 연락을 해서 조용히 해달라 부탁을 요청했지만, 잠시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캠장님께서 다시 그 젊은이들이 있는 텐트에 찾아와 인원 초과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하시는데 "돈 더 내면 되지 않냐, 자고 갈 거 아니다." 이러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나이 지긋하신 캠장님도 더 분란을 일으키는 게 싫으셨는지 아니면 귀찮으셨는지 저희에게 조금만 양해해달라며 죄송하다고 하시며 가십니다. 하긴 남자 여섯 명이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데, 저라도 그냥 한숨 한 번 쉬고 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캠장님이 무슨 죄입니까.


매너 타임이 지났어도 집들이는 끝날 생각을 안 합니다. 집들이의 기본적 예의는 저녁 먹고 일찍 집에 가주는 것인데요.

예절이라는 것을 어딘가에 두고 온 것이 분명한 젊은이들은 여전히 쌍방에게 욕을 여전히 날려가며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 욕설이 오가는 분위기 속에 정권 지르기와 발차기가 오가지 않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한 번씩 캠장이 떠나가라 큰 소리로 웃어대기도 하고요.


저는 불의를 보면 잘 참고 피해 가는 성격이지만,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아이를 보니 조금씩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손가락 스냅으로 인구를 절반으로 줄이는 타노스 스냅을 저들에게 한 번 날려 버리고 싶습니다.


아니면 풍기 문란한 청춘남녀를 과감히 처단하신 '13일의 금요일' 제이슨 선생께서 잠시 방문하셔서 죽이지는 마시고 캠핑 예절에 대한 참 교육을 조금 해주셨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건전한 캠핑을 지향하는 캠퍼인 저는 용기를 내 그들의 텐트로 가 지금 매너 타임인데 욕 없이 조용히 대화하시면 좋겠다. 이랬더니 남자들은 그냥 "네. 알겠어요." 하는데 한 여자분이 실실 웃으면서 비웃는 것처럼 느껴지는 말투로 "아~ 네네.. 근데 우리 별로 시끄럽지 않게 했는데...".라고 해맑게 이야기합니다.


그동안 이들이 대화했던 내용을 녹음해서 고스란히 들려주고 싶습니다. 결국 아무런 소득도 없이 저희 텐트로 돌아와 속으로 분노를 삭이며 아이를 달래며 어렵게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부터 소란스럽게 아침식사를 하고 몇 명이 먼저 캠핑장을 떠나고 결국 욕쟁이들은 4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전날 저희에게 줬던 피해는 생각도 나지 않는지 여전히 음악을 크게 틀고, 욕을 섞어가며 이야기하는 젊은이들을 보며 "저들이 진정한 빌런이다. 다시는 저런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다." 라며 짐을 정리하고 집으로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도 캠핑을 다니며 다른 캠퍼분들에게 캠핑을 방해할 만큼 피해는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인식하지 못했지만 다른 캠퍼분들에게 피해를 준 적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좀 더 배려하는 캠핑을 해야겠습니다.


나의 즐거움이 다른 사람에게는 괴로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캠핑에서는 한 번쯤 생각하면 좋을 거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탁아소 경험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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