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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성이 Jul 25. 2022

2박 3일 캠핑, 비용이 얼마나 들까?

# 캠핑은 언제나 맑음


지난달 카드 결제된 비용이 빠져나간 통장 잔고를 바라보며, 마음속에 들었던 생각은 "지난 한 달 알차게 잘 썼다! 잘했어! 뿌듯하다!" 하는 게 아닌 "왜!! 도대체 돈이 생각보다 많이 빠져나간 거지?"였습니다.


많은 분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겠지만, 매달 카드 값이 빠져나갈 때마다 느끼는 건 분명 신나게 긁은 것은 나인데, 결제 금액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 보이지 않는 손이 제 카드를 몰래 들고나가 결제를 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닌 지금 휴대폰을 들고 있는 제 손이 쓰고 다닌 것이 분명한 것을..


경기는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도 않고, 수입은 예전보다 줄어든 안타까운 상황에서 '가계 경제 이제는 살려야 한다!'는 일념 하에 긴급 상황실을 아들 방 책상에 마련하고 카드 명세서 페이지를 열고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특별히 큰돈을 지출한 내역은 없었지만, 가랑비에 옷 젖고,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사소한 금액이 쌓이고 쌓인 누적 사용액은 크고 아름다운 똥 덩어리같이 느껴지는 더러운 최종 결제액을 생성했습니다.


나름 경제학을 전공한 경제학도이기에, 지난 나의 소비 패턴을 간과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지난 한 달간의 지출을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복잡할 것도 없었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많이 먹는, 그것도 심하게 많이 먹는" 엥겔지수가 상한가를 치고 있었습니다. 전생에 경신대기근 때 굶어 죽은 노비였는지 먹는데 한 맺힌 사람처럼 먹어댔던 것입니다.

저는 미니멀 캠퍼입니다..

또 한 가지 궁금한 게 생겼는데, 그것은 바로 제가 캠핑을 한 번 갈 때 보통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출하는가? 였습니다. 다시 명세서를 펼치고 캠핑 예약 사이트에서 예약 내역을 찾아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텐트 등 기존 장비 등을 구매했을 때 발생했던 돌이킬 수 없는 요단강을 이미 건너버린 매몰비용은 제외하고 계산한 것입니다.


마트 : 136,000원 (음식 외 소모품 구입)

주유비 : 50,000원

톨게이트 비 : 5,600원

캠핑장 예약 비용 : 120,000원 (2박 3일)

캠핑장에서 사용한 비용 : 30,000원 (장작 구매, 아이 간식 등)

기타 : 20,000원


2박 3일 캠핑을 가며 제가 지출한 총비용은 361,000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난 6월 2박 3일 일정으로 3회의 캠핑을 다녔으니 대략 한 달에 1,084,800원이나 되는 금액을 캠핑을 위해 지출한 것이었습니다.


현재 저는 새로운 일을 준비하며 반 백수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데 한 달에 백만 원이 넘는 금액을 캠핑에 투자한 것입니다. 그런데 캠핑이라는 것이 참 무서운 게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 따르면 재화나 서비스의 경우 일정한 단계를 거치면 느끼는 만족이 줄어들고 지출이 줄어들어야 하는데, 제게 캠핑은 다니면 다닐수록 새로운 재미가 생기고, 또 가고 싶어지는 경제학 이론을 파괴하는 무서운 블랙홀 같은 존재였습니다.


결국 캠핑을 포기할 수 없으니 '기존의 비용에서 줄일 수 있는 것은 줄여보자'라는 생각으로 엑셀 프로그램을 열고 작성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캠핑장 예약 비용의 경우 하루 6만 원, 2박 3일 일정으로 계산했을 때 12만 원을 넘지 않는 곳으로만 예약을 하고, 내린다는 뉴스만 나오고 내리지 않는 주유비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그리고 캠핑장에서 사용하는 비용은 이제 날씨가 더워 불멍은 잠시 쉬어가도 괜찮을 것 같으니 2만 원 내에서 해결하는 것으로 하고 톨게이트 비용은 조금 멀더라도 국도를 이용하자!라고 결정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가장 중요한 먹을 것! 마트에서 쓰는 비용인데, 내역을 보니 육식동물답게 삼겹살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당분간 캠핑에서 고기를 끊어볼까도 생각했지만, 고기를 굽는 재미가 없으면 그리고 씹고 뜯는 고기가 없는 캠핑은 캠핑이 아니라 노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애국심을 발휘하며 한돈 만을 고집했는데, 이제 류현진이 뛰고 있는 토론토에서 생산했을 수도 있는 데드풀의 고향 캐나다 산 삼겹살을 먹어야 할 때가 온 것만 같습니다.놀랍게도 그것만 해도 크게 비용이 줄었습니다.


지금 마트에서 행사하고 있는데 그 가격이면 국내산의 반 값보다 조금 더 되는 금액이니 크게 절약이 가능한 것도 같습니다.


그렇게 쥐어짜가면서 예산을 세워보니 27만 원에서 30만 원 사이로 6만 원 이상 금액이 줄어들긴 했습니다. "와! 6만 원이나 절약했다!" 라며 기쁜 마음으로 와이프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그런 거 아낄 생각하지 말고 담배나 끊어." 라며 또 혼났습니다.


그래도 캠핑은 다니고 싶네요. 다음 주에는 캐나다산 돼지고기와 함께 캠핑을 떠나야 할 거 같습니다. 왠지 영어 또는 프랑스어 실력이 늘어날 것 같은 예감이 think 되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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