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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성이 Jun 20. 2022

초대 캠핑을 준비하는 자세

# 언제나 캠핑은 맑음

캠핑을 즐기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나의 친구(또는 가족, 지인)와 함께 캠핑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실 겁니다. 물론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캠핑을 즐거움과 낭만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 했던 캠핑이 내게는 재미있고 행복한 캠핑으로 기억에 남았지만, 초대받은 사람은 불편함과 고생만 했다는 경험을 하고 "다시는 캠핑 안 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여차하면 다른 이웃 캠퍼들이 "최악의 캠핑"을 했다는 생각이 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초대 캠핑을 몇 번 하면서 느꼈던 준비 과정을 몇 가지 적으려 합니다. 100% 저의 주관적인 생각이니 참고만 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1. 포기하면 편해요.


포기하세요. 그럼 캠핑이 즐거워집니다.


오늘 당신과 함께 캠핑을 하는 사람은 캠핑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입니다. 물론 SNS 또는 TV나 유튜브에서 캠핑에 관련된 사진, 영상 등을 본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캠핑에 대한 낭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의 캠핑은 냉정하게 말해 그런 사진과 영상과 다릅니다. 초대하는 분에게 캠핑의 냉혹한 현실을 알려줘야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화장실부터 몸을 씻는 샤워장, 그리고 다양한 곤충의 출몰 등 캠핑을 처음 오는 사람이 당황할 수 있는 여러 요소를 미리 알려주고 그것을 감당할 수 있다고 할 때 초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화장실 같은 경우 요즘은 청소 상태가 좋은 캠핑장도 많지만, 주말 또는 성수기 시즌 같은 경우 많은 캠퍼들이 이용하다 보니 지저분할 수도 있고 쓰레기통에 온갖 휴지 또는 오물이 범람하는 광경을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샤워장 같은 경우 일반 목욕탕 급의 시설이나 청결함을 갖춘 곳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캠핑장 위치적 특성상 도시에서 보지 못하던 다양한 곤충이 친근하게 우리 곁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저도 캠핑장에서 손바닥보다 더 큰 나방을 보고 기겁한 적이 있었는데, 나방은 물론 흡혈귀의 더러운 후손 모기, 파리, 그리고 가끔은 이름도 알 수 없는 다양한 곤충들이 우리들을 급습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모기향, 퇴치기, 스프레이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도 캠핑 성수기 시즌에는 어느 정도 곤충과의 동거를 감당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저는 초대하는 사람에게 "그냥 포기해."라고 합니다. 깔끔한 화장실과 샤워장 시설을 원하고, 다양한 곤충 친구들을 보고 후회할 것이라면 차라리 호텔이나 펜션을 가자고 합니다. 하지만 호텔이나 펜션에서 경험하지 못할 불멍, 밤하늘과 신선한 공기 흡입, 레고 조립보다 104배 재미있는 텐트와 캠핑 장비 조립을 함께 하며 추억을 적립하고 싶다면 포기할 것은 어느 정도 포기하고 나를 따라와라라고 합니다. 


물론 잠자리의 경우도 미리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경이 낯선 곳에서 잠을 쉽게 못 자거나, 소리에 민감한 경우, 잠자리에 특히 예민하신 분들은 당일 초대만 하거나 캠핑을 함께 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친구들은  캠핑장에서 '씻는 것은 너의 선택이다. 씻어도 되고 씻지 않아도 된다.'라고 했을 때 당연히 씻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주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씻지 않아서 (물론 양치는 했습니다.) 좋다고 합니다. 잠자리가 중요하다길래 발포매트에 자충 매트 이불까지 다 깔아줬더니 텐트 안에 들어가는 게 귀찮다고 파쇄석 위에 돗자리 하나 깔고 잘만 잠듭니다. 그리고 고기를 먹다 입에 나방 비스름한 벌레가 들어갔는데, '이것도 단백질이다!'라며 그냥 우걱우걱 먹습니다. 


더러운 새끼들..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온 거냐..


2. 초대 캠핑은 다녀본 캠핑장을 선택하세요.


캠핑장에서 미어캣이 되면 아니되옵니다.


캠핑을 많이 다녀본 분들도, 예약할 때 캠핑장 지도를 숙지하고 방문해도 막상 도착하면 화장실, 개수대 등 시설을 찾을 때 방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대하신 분이 "여기 화장실이 어디야?"라고 물었을 때 미어캣처럼 벌떡 일어나 두리번거리며 화장실을 찾는 것보다 "내 벗이여. 화장실이 급하구나 여기서 대략 20m 직진한 뒤 좌측방향으로 약 15미터 정도를 걸으면 화장실이 있단다. 그리고 휴지가 비치되어 있지 않으니 여기서 미리 휴지를 준비하고 가는 것이 좋을 것이야."라고 안내해준다면 초대받은 사람은 믿음을 가지고 어떤 시련이 닥칠지라도 함께 캠핑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캠핑장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매너 타임 등 규칙이 다른 곳이 있을 수도 있기에 초대 캠핑을 하겠다면 몇 번 다녀 본 익숙한 캠핑장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겨울 제 친구의 안타까운 일화를 잠깐 소개하면 갑자기 캠핑을 가게 되어 가본 적이 없는 자리가 남아있던 캠핑장을 급하게 예약하고 무작정 친구와 떠났습니다. 추위를 이겨내며 설치와 정리를 함께 마치고 즐겁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저희가 고기를 마시고 있을 때 친구의 오장육부에서 갑자기 배출 신호를 보내 친구는 고기를 앞에 두고 급하게 화장실로 달려갔습니다. 


화장실 근처의 사이트를 예약했기에 별 사건 없이 무난하게 해결하고 오겠구나 생각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사이트 근처의 화장실은 동계에서는 동파 문제 때문에 폐쇄한 상황이었습니다.


응가를 만들어 배출해도 충분할만한 시간이 지난 뒤에 나타난 녀석은 조용히 수건을 들고 "나 좀 씻고 올게."라고 했습니다. 녀석의 힘 없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저 똥쟁이 녀석이 눈 내리는 낭만적인 겨울 저녁, 분뇨의 질주를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만일 제가 이 캠핑장을 겨울에 다녀온 경험이 있었다면 아마 제 친구는 이 겨울, 쌓인 눈을 소복소복 밟으며 괄약근에 전신의 힘을 집중하는 분뇨의 질주를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오.. 생각할수록 빡치네. 참고로 제 친구 이야기입니다. 제 이야기 절대 아닙니다. 


3. 내가 지치면 안 된다.


캠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입니다.


초대받아 캠핑을 온 사람들은 캠핑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텐트 및 장비 설치에 대한 기본적인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텐트를 칠 때 폴대를 잡아주거나, 짐을 옮길 때 등 작은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초대 캠핑할 때 '모든 것을 내가 해낸다.'라는 생각을 마음속에 해야 합니다.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저는 친구를 초대하는 캠핑을 처음 했을 때 녀석에게 캠핑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이 녀석도 캠핑의 세계로 인도하겠다는 마음으로 1박 2일의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장비를 동원했습니다. 


함께 간 친구에게 보여준 모습은 탈진 직진의 정대만이 되어 "나 혼자 할 수 있어. 난 포기란 모르는 캠퍼야."라고 했지만, 녀석의 눈에 비친 저의 모습은 아마도 "저 새끼는 왜 놀러 와서 고생을 일시불로 사서 하지?" 였을 것입니다. 이후 녀석에게 물어보니 "캠핑은 힘든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번 캠핑장에서 봤는데, 지인들을 초대해 캠핑을 온 거 같은데 장비 설치하는데 2시간이 넘어가니 여러 이유로 서로 짜증내고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SNS나 유튜브에서나 볼 거 같은 화려한 감성 캠핑 및 장비 풀 세팅도 좋지만, 자신의 체력이 되는 한 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물론 체력이나 시간이 되시는 분은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초대 캠핑하는 가장 큰 이유가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려는 거지. 캠핑 초보 또는 경험 없는 사람들에게 나의 장비 자랑이 함께 캠핑하는 목적은 아니잖아요.


특히 지금처럼 가만히 서 있어도 더운 시기에는 저같이 신생아급의 저칠 체력을 가진 분이라면 제발 무리하시지 않길 바랍니다. 즐거운 캠핑, 다녀와서 병납니다. ㅠㅠ


4. 배불리 먹여라


배 부르면 일단 불만이 줄어듭니다.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라고 말한 '존 스튜어트 밀'의 질적 공리주의 보다 적어도 캠핑장에서 우리는 모두가 배부른 돼지가 되는 양적 공리주의를 택해야 합니다. 캠핑을 처음 온 사람 중에는 "처음 와 봤지만, 너무 좋다! 앞으로 캠핑을 시작해야지!"라는 생각을 한 사람도 있지만, "날도 더운데 여기까지 와서 이 고생을 할까? 다시는 안 와."라는 캠핑에 대한 회의적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두 부류의 사람을 공통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배를 부르게 하는 것"입니다.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라는 속담처럼 내가 오늘 이 사람을 배불리 먹여 비단옷을 입혀주겠다!라는 마음으로 만족을 넘어 "살려줘."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먹일 각오를 하시는 게 좋습니다.


평소보다 음식을 더 많이 준비하는 것은 기본이고, 초대하는 사람이 평소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는 것도 좋습니다. 특히 요즘은 쉽게 요리할 수 있는 다양한 밀키트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얼마 전 친구와 함께 한 캠핑에서 친구 녀석에게 이번에는 뭘 먹고 싶냐고 물었더니 "감바스 알 아히요"라고 하길래 밀키트로 구입해 열심히 요리해줬더니 한 입 먹고 나서 "와! 너는 어떤 요리를 해도 맛이 없구나" 라며 감탄했습니다. 이런 배은망덕한 뺑덕어멈 같은 새끼..


5. 캠핑의 기본 매너는 꼭! 미리 알려주세요.


매너가 캠퍼를 만듭니다.


지인들과 노지 캠핑을 가는 것이 아닌 캠핑장을 가는 것이라면 기본적인 캠핑장 매너는 미리 숙지하고 가는 것은 필수입니다. 제 친구들도 처음에 캠핑을 가자고 했을 때 "그럼 우리 오랜만에 밤새도록 술 마시고 놀아보자."라고 해서 캠핑에서는 밤새 술 마시고 놀러 가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해 준 적이 있습니다.


요즘 캠핑 카페나 SNS 등을 보면 휴식을 위해 또는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캠핑을 온 캠퍼분들이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캠핑을 망쳤다는 글을 읽은 적이 많습니다. 물론 저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캠핑에서 술을 마시고, 소중한 분들과 친목을 도모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다른 캠퍼 분들을 배려하면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분위기에 따르다 보니 과음을 할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목소리도 커지고 욕설 등이 섞인 편안한 대화를 할 수도 있습니다. 나와 일행에게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 여겨지겠지만, 옆 캠퍼 또는 주변의 캠퍼들에게는 분노를 유발하는 '게시판 십색볼펜 조까지만 가.'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흡연하시는 일행에게는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해야 하는 것을 꼭 알려주시고, 화장실 등 시설물을 멀리 돌아가더라도 절대 다른 사이트를 침범해서는 안된다는 기본적인 이야기도 꼭 하셔야 합니다. 물론 나부터 솔선수범 하면 일행 분들도 따라 하겠지만, 적어도 캠퍼인 자신이 생각했을 때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예절은 꼭 미리 이야기해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동반하는 가족 초대 캠핑을 하시는 분들은 아이들에게 캠핑장에서 안전은 물론 다른 캠퍼분들에게 방해가 되는 행동들을 하지 않게 미리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아이들과 동반한 분들은 술자리를 하시더라도 아이에게 무관심하게 되고 방치할 정도의 지나친 과음을 하지 않는 것도 필수입니다. 


초대 캠핑에 대해 생각한 저의 생각을 남겨봤는데, 이것들이 정답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일단 나와 아무리 친하고 소중한 지인이라도 "이 사람이 캠핑과 맞을까?"라고 생각해 맞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은 함께 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라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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