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핑은 언제나 맑음
* 캠핑장만 가면 망나니로 돌변하는 9살 남자아이와 캠핑 다니는 아빠의 지극히도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이제 캠핑은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캠크닉이라는 나들이와 비슷한 개념의 당일 치기 캠핑도 있지만 최소 1박 2일 이상 집을 떠나 캠핑장 또는 노지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캠핑에서 어른들도 준비해야 할 것이 있겠지만, 부모의 관심과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은 어른보다 준비할 것들이 더 많습니다.
9살 아이와 몇 년간 캠핑을 다니면서 제가 느낀 아이와 캠핑을 준비할 때 필요한 것들을 남겨보려 합니다.
1. 상비약
아이와 함께하는 캠핑에서 가장 난감한 상황 중 하나는 아이가 갑자기 다치거나 아플 때입니다. 하지만 많은 캠핑장 근처에 병원이나 약국이 없어 애타는 부모님들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요. 그럴 때 응급처치할 수 있는 상비약은 미리 꼭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해열제 (아이마다 잘 듣는 해열제가 있는데 그것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어린이용 소화제, 밴드, 상처에 바르는 연고 등은 항상 준비하고 다닙니다. 아이와 캠핑 다니시는 부모님들이라면 이 정도는 기본으로 준비하실 거라는 믿음이 있지만, 아주 간혹 준비하시지 않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아 노파심에 적어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캠핑 출발하기 전 아이에게 미열이 있거나 설사기가 있는 등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있으면 '아이가 캠핑 가면 좋아지겠지' 이런 긍정적인 생각은 과감히 버리시고, 캠핑을 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어렵게 예약한 캠핑장이 아쉽지만, 아이가 캠핑장에서 끙끙 앓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보다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2. 아이의 장난감 또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준비물
키즈 캠핑장이라고 불리는 곳들은 아이들이 놀 것들이 많습니다. 소위 방방장이라 불리는 트램펄린, 여름에는 수영장, 짚라인 등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이 많은데, 그래도 아이들은 쉽게 예측할 수 없고 풀리지 않는 신비로운 존재입니다. 지난 캠핑 방방장에서 하루 종일 놀았던 아이가 이번 캠핑에서는 트램펄린이 재미없다고 놀지 않는 경우도 있고, 여름이라 수영장 하나 믿고 갔는데, 변덕스러운 여름 날씨에 수영장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등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가장 좋은 건 캠핑장에서 아이가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어 함께 놀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항상 좋고 재미있는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저녁 시간 이후에는 텐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아이에게 그 시간 내내 핸드폰만 쥐어줄 수는 없습니다. (물론 그런다고 아이에게 핸드폰을 주지 않을 수도 없는데, 그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즉 아이가 캠핑 기간 중 혼자 또는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을 준비하셔야 합니다.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기에 정확히 어떤 것을 준비하시라고는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저희 아이 기준으로 (9세 남자아이) 몇 가지 예를 드리면,
여름에는 수영장에서 놀 수 있는 튜브, 물총 같은 더위에서도 놀 수 있는 장난감들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근처에 계곡이 있다면 송사리, 다슬기 등을 잡을 수 있는 작은 어망, 곤충을 잡을 수 있는 잠자리 채와 채집통도 준비합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종이접기를 함께 해주거나 보드게임 (저희 아이는 요즘 학교괴담이라는 보드게임을 좋아해서 저녁 먹고 3판 정도 하고 나면 캠핑의 꽃! 매너타임이 시작됩니다.)을 준비합니다. 사실 이 모든 놀이가 끝나면 저희 아이에게는 '구몬 지옥'이 펼쳐지긴 합니다. 하하하핫!!!
봄과 가을 같은 경우 아이와 캐치볼을 하거나 배드민턴을 준비합니다. (여름 땡볕 아래에서는 절대 하지 마세요. 머리가 타는 경험을 하실 겁니다.) 물론 이때 다른 캠퍼분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으니 절대 사이트 앞이나 주차장 같은 곳에서 하시면 안 됩니다. 지난번 캠핑에서 어느 아버지가 아이와 사이트 앞에서 캐치볼을 하다 아이가 스트링에 걸려 넘어져 다치는 모습을 봤는데, 이건 캠핑장의 문제도 아이의 잘못도 아닌 바로 보호자의 책임입니다.
그리고 바람이 부는 날이라면 연도 준비합니다. 물론 연날리기도 넓은 공터가 있는 캠핑장에서 가능하니 캠핑 출발 전에 예약된 캠핑장에 넓은 빈 공터가 있는지 꼭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이런 장난감을 준비하지 못하는 경우나 여건상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부모님이 직접 아이와 몸으로 놀아주는 것이 정답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캠핑장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으시다면 꼭! 아이와 몸으로 놀아주시길 바랍니다. 함께 '잡기 놀이' (제가 캠핑장에서 아이들과 놀아본 결과 잡기 놀이를 싫어하는 아이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어린 시절 부모님들이 즐겁게 놀았던 골목 놀이를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물론 그렇게 놀다 보면 아이들이 하나 둘 모이고 성인이 되어 골목대장이 되는 과거의 영광을 누릴 수도 있습니다.
3. 아이들이 먹을 음식 및 간식
아이와 캠핑을 다닌다고 하니 많은 분들이 묻는 질문 중 가장 어려운 건 "캠핑 가서 아이들에게 뭘 먹여?" 하는 질문입니다. 어른도 그렇지만 아이들 또한 음식에 대한 취향이 다르고, 특히 어른들처럼 다양한 음식을 먹지 못 하는 경우가 많기에 메뉴 선정에 힘드실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저도 아내와 함께 캠핑을 갔을 때는 이런 걱정을 하지 않지만, 저는 아들과 둘이 캠핑 가는 경우도 많아 그때는 메뉴를 고민하고는 합니다.
물론 제가 요리를 잘한다면 이런 고민의 시간이 짧겠지만, 저는 요리를 못합니다. 아니 아주 못합니다.
그래도 아이와 캠핑 갔을 때 한 가지 음식 선택의 원칙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아이와 함께 요리할 수 있는 음식입니다. 예를 들어 감자전과 (아픈 기억이 있는 음식인데, 감자전과 관련된 이야기는 나중에 이야기하겠습니다.) 같은 전을 만드는 경우 아이는 반죽을 하고 저는 부치는 일을 합니다. 사실 음식은 맛있게 못하는데 아이에게 캠핑에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 아이와 함께 하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아빠와 둘이 캠핑을 간다 하면 아이가 메뉴를 고르기도 합니다. (이번 캠핑에서는 머랭 쿠키를 만들어보자고...)
그리고 맛이 없어도 아이에게 "네가 만든 음식이다!" 이러면 잘 먹더라고요. 하핫.
그리고 지난주 아들과 둘이 2박 3일 갔을 때 메뉴입니다. 학교와 학원을 마치고 출발해 저녁부터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첫날 저녁 : 미역국 라면 덮밥 (미역국 라면에 밥을 함께 넣고 끓였는데... 이게 보기와는 다르게 견딜만했습니다.), 베이컨 팽이버섯 말이 (아이가 팽이버섯을 직접 손질해서 말았는데, 맛은..)
둘째 날 아침 : 유부초밥 (아이와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만들었는데, 아이도 은근히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계란국 (아들이 10분 넘게 잘 섞은 계란을 뜨거운 물 그리고 다시다 조합으로 끓이면 은근히 견딜만한 맛이 나옵니다.)
둘째 날 점심 : 아빠표 볶음밥 (이때는 아이가 열심히 놀고 있을 시간이라 제가 주로 혼자 준비합니다. 재료는 햄, 계란, 감자, 당근 등 모든 재료를 프라이팬에 넣은 뒤 버터와 함께 볶아 줍니다. 아이의 표정을 보면 맛은 없어 보이는데 빨리 놀고 싶어 그런지 열심히 먹습니다.)
둘째 날 저녁 : 캠핑의 하이라이트! 바로 고기를 먹는 시간입니다. 주로 삼겹살을 굽는데 아들은 삼겹살에서 나오는 기름에 팽이버섯을 넣고 튀김처럼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이때 저희 부자는 서로 말이 없습니다. 말하는 순간 먹을 고기가 없거든요.
마지막 날 아침 : 혼자 철수해야 하는 시간의 압박이 있기에 간단히 저희 부자는 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합니다. 아들은 캠핑 기간 중 아빠가 해준 음식 중 라면이 가장 맛있다고 하네요. 이 자식이... ㅠㅠ
4. 부모의 마음가짐
캠핑은 즐기러 오는 것이 맞습니다. 저도 그런 마음으로 캠핑을 다니고 있고요.
하지만 아이와 캠핑을 오는 부모님들, 특히 아이가 어리다면 항상 아이에게 모든 관심을 집중하셔야 합니다. 아니 적어도 부모 중 한 분만큼은 아이에게 반드시 그러셔야 합니다.
아이들이 놀다 보면 다칠 수도 있고, 아이들끼리 다투는 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아이가 캠핑장에서 사라지는 경우 등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적어도 아이가 노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거리에서 항상 바라봐 주시길 바랍니다.
물론 가장 좋은 건 아이와 부모가 함께 놀아주는 것이지만, 그것이 힘들다면 적어도 아이가 안전하게 노는지 정도는 바라볼 수 있는 거리에서 지켜보셔야 합니다. 예전 캠핑에서 다섯 살 아이가 방방장 계단에서 내려오다 넘어져 다리에 상처가 났는데, 아이 부모를 아무리 찾아봐도 없고 일단 저희 텐트로 데려가 아이에게 약을 발라준 적이 있습니다. 아이에게 텐트 위치를 물어보니 손가락으로 '저기요.'라고 가리키기만 하고 정확히 어딘지 몰라 난감했는데, 나중에 나타난 엄마를 보고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 때문에 제가 아이를 다치게 한 것도 아닌데 난처한 경험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와 둘이 캠핑을 갈 경우 트램펄린 또는 아이 놀이터 근처로 예약을 하는데, 아이를 계속 지켜보기 힘들 것 같은 분들에게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물론 단점은 아이들의 소음과 아침에 아이들 노는 소리로 강제 기상하는 경험을 하실 겁니다. 그래도 사이트에 앉아 편한 자세로 아이를 지켜볼 수 있잖아요.
둘째 술, 그놈의 술
아이와 캠핑을 온 부모님들 중 (특히 2 가족 이상 함께 오신 분들) 제발 술판을 벌이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저녁에 간단히 한 잔 하시는 것은 좋은데, 어쩔 때 보면 낮부터 술판을 벌이고 아이들을 말 그대로 방치하는 부모님들도 가끔 계십니다.
본인들은 오랜만에 공기 좋은 곳에서 술 한잔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지만, 그 시간에 아이들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다른 캠퍼 분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저도 예전에 두 가족이 온 캠퍼 분들이 술판을 벌이다 캠핑장에서 탁아소를 차린(?) 경험도 있는데, 이건 나중에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리고 매너타임 이후에도 어른들끼리 고성방가 하며 술을 마시는 동안 아이들은 옆에서 새벽까지 핸드폰을 하는 모습 또한 보기 좋지 않은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셋째 아이들에게도 기본적인 캠핑 예절을 알려주세요.
아주 가끔 캠핑장에서 자유분방하게 날뛰는 아이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캠퍼 분들의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저도 그런 경험이 아주 가끔 있습니다.
캠핑장에서는 어른이나 아이나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절이 있습니다. 특히 다른 캠퍼분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것들은 적어도 캠핑장에 도착하자마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그런 행동들을 하지 않도록 신신당부해야 합니다.
기본 중의 기본인 매너타임을 지키는 것은 물론 다른 캠퍼 분들이 생활하고 있는 사이트를 가로질러 다니거나 다른 캠퍼분들의 장비를 가지고 놀면 안 된다는 것 등 간단한 캠핑 예절은 꼭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안전! 산이나 계곡에 위치한 캠핑장의 경우 안전을 위해 출입을 금지하는 구역 또는 안전선이 있는데 그런 곳을 넘어가서 놀거나 안전선에 매달려 노는 아이들을 본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끼리는 절대 계곡에서 보내시면 안 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고 보기 좋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의 자유분방한 행동 때문에 다른 사람은 짜증이 날 수도 있고 캠핑을 망쳤다는 생각이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어른에게도 캠핑은 여러 의미로 다가오지만, 아이에게도 캠핑은 많은 의미와 즐거움을 줍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기회가 되기도, 그동안 도시에서 보지 못하던 다양한 동식물을 만나는 시간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아니 엄마, 아빠와 캠핑장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입니다.
즐거운 캠핑, 아이와 소중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