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이후에도 삶은 계속되었다.

멈추지 않은 시간 속에서

by 리버티


질문을 던진 다음날에도

삶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제 속도로 흘러가고 있었다.


아이를 깨우고,

아침을 준비하고,

가방을 챙기고..

전날 밤의 치열했던 질문은

다시 어둠 속에 묻힌 채 아침식탁 위로

오지도 못했고..

그 자리엔 여느 때와 다름없는 가족들의 분주함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질문은 분명해졌지만,

아침은 어제와 다르지 않았다.


질문을 다시 했다고 해서

역할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나는 여전히

엄마였고,

아내였으며,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는 ‘성실한 나’였다.


아이의 하루는

기다려 주지 않았고,

집안의 리듬도

내 생각의 속도를

따라주지 않았다.


삶은 늘

생각보다 단단했고,

기대보다 무심했다.


질문 이후에도

아무도 “그래서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라고 묻지 않았다.


대신 돌아온 것은

여전히

답을 요구하는 말들이었다.


언제까지 가능한지,

어느 쪽이 현실적인지,

지금은 참는 게

맞지 않겠냐는

이미 결론을 품은 질문들.


질문은

내 안에서만 공허히 맴돌았고,

세상은

속도를 단 1초도 늦추지 않았다.


나는 그제야

알기 시작했다.


질문은 삶을 단번에 바꾸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질문은

문을 부수지 않았다.

대신 문 앞에 나를 세워두었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대답했을 말 앞에서,

나는 한 박자 멈췄다.


“지금은 잘 모르겠어.”


그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내 안에서는 허락되었다.


삶은 계속되었고,

해야 할 일들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하지만 나는 예전처럼 모든 것을

한 번에 넘기지는 않았다.


질문은 결정을 대신해주지 않았지만,

나를

그냥 지나치치 않게 했다.


그날 이후로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아이의 하루는 계속되었고,

역할도 쉽게 벗겨지지 않았다.


다만 아주 작은 변화가 있었다면,

나는 이제

모든 선택을 즉시 설명하려

애쓰지 않게 되었다는 것


질문은 삶을 멈추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 질문 덕분에 조금 덜 빨리

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느린 속도 속에서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것들이 있었다.


그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종종 지나고 나서야

소중함을 알게 되는 순간을

지금 살아가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이 시간이

행복인지 아닌지는

어쩌면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이 순간이 지나가면

다시는 같은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미래의 나에게

답을 미뤄둔 채,


오늘의 순간이

그저

‘지나고 나서 알게 되는 소중함’으로만

남지 않도록 지금을 조심스럽게,

그러나 성실하게 살아가 보려 한다.


새벽 동이 트고

창밖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속삭임이

하루를 깨운다.


곤히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나는 아이의 귓가에 “굿모닝”이라고 속삭인다.


그렇게 고단함보다

소중함이 먼저 떠오른 하루가

다시 시작된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