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병원 바꿔도 괜찮아요.
나와 맞는 병원 찾기
처음 다니기 시작한 정신과병원은 남자 의사 선생님이 계신 병원이었다. 주 1회는 야간진료를 보는 병원이라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 설문지? 같은 문항들이 꽤나 많이 적힌 검사지를 이십 분이 넘게 작성하고 이런저런 상황을 설명하고 약을 받았다. 이메일 주소를 받아서 내가 이런 일들이 있었다라고 히스토리를 적어서 이메일로 보내기도 했다.(이런 게 약을 처방받고 하는데 도움이 되는 줄 알고 보냈는데 선생님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으셨다.)
선생님은 섬세한 분이셨다. 나의 기분과 상태에 따라서 아주 디테일하게 약을 조절해 주셨다. 그렇게 한 일 년 이상은 그 병원에 다녔고 많이 안정되었다. 하루 열몇 개씩 먹던 약들도 계속 줄어서 하루 두서너 알로 줄었다. 두려움과 공포로 점철되었던 일상생활에서 웃는 날이 생기는 날도 있었다. 일상에서 안정성을 느끼자 어떠한 욕구가 생기기 시작했다. 가끔 롤러코스터 타는 나의 기분이나 상황에 뭔가 응원 내지는 들어준다는 느낌을 받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선생님은 약과 증상에 따른 원인분석에 대해서는 정말 탁월하셨지만 ( 그래서 안정감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이해가 되어야 안심이 되는 나 같은 성격에 딱 맞는 선생님이었다.) 공감해 주거나 리액션(?)은 거의 없는 선생님이었다. 병원을 바꾸고 싶단 생각이 슬슬 들다가 결정적으로 바꿔야겠단 계기가 되는 일들이 생겼다.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병원 휴무가 너무 많았다. 애를 키우다가 시간이 나면 가야 하는데, 꼭 시간이 날 때마다 병원이 쉬는 거였다.
인터넷을 뒤져서 다른 병원을 찾아서 예약을 잡고 진료를 봤다. 다소 젊으신 여자선생님이셨고 아이를 키우고 계시니 육아에 대한 어려움에 같이 공감을 해주셨고 무엇보다 말 한마디 따뜻하게 해 주시는 걸 잘하는 리액션이 좋은 선생님이셨다. 약에 대해서 섬세하고 예민하게 짓기보다는 충분히 약의 효과가 생길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는 타입이었다.
(병원에 갈 때 그전 병원에서 먹었던 약의 처방전을 가지고 갔다. 그런 것들이 있으면 다른 병원에서 약처방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가끔 약을 게으르게 먹어서 혼나기도 하지만 늘 친절하셔서 바꾸길 잘했단 생각과 함께 이 병원을 몇년째 다니고 있다.
병원이 자신과 맞지 않다고 느껴지면
얼마든지 바꿔도 된다.
최소한 한 달에 한 번, 많으면 이주에 한 번씩 봐야 하는 관계인데 진료시간이 짧다고 해도 뭔가 안 맞다고 느껴지면 바꾸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느낌이 든다, 약에 대해서도 서로 상의하는 부분이 잘 맞다, 병원에 가는 게 부담스럽지 않다는 느낌이 선생님이라면 좋은 선생님이다.
우울증 공황장애는 한 병원을 오래 다녀야 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의사와의 케미도 중요하다. 그러니 너무 겁먹지 말고 나와 맞는 병원을 찾는 것을 주저하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