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는 식물계에서는 양치식물문> 고사리강> 고사리목> 잔고사리과> 고사리속에 속하는 식물이예요.
우리나라에는 고사리라는 단어가 붙는 식물이 무려 265종이나 있지만, 식물 분류학상 우리나라의 고사리속 식물은 "고사리" 딱 1종만 있답니다.
대충 보면 다 비슷비슷해 보여도 자세히 보면 완전히 다른 식물 고사리.
저는 약 10여 년을 양치식물에 대해 연구하며 여러 양치식물들의 재배방법과 추출물의 효능에 대해 연구해왔는데요, 양치식물 즉 고사리와 비슷한 식물들에 대해 공부한다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고사리가 남자한테 안 좋다던데? 고사리 먹으면 고자된다며? 이런 말들이었어요.
고사리를 먹으면
양기가 부족해지고 다리 힘이 악해진다?
중국의 "본초습유", 우리나라의 "동의보감" 등에 많이 먹으면 양기가 사라지고 다리에 힘이 없어진다고 기록되어 있어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데요, 고사리는 정말 억울합니다.
이런 기록이 생기게 된 이유는 일단 고사리의 강력한 생명력 때문이에요.
고사리는 땅 속에서 뿌리줄기(근경, rhizome)를 이용하여 증식하는데요, 고사리 캐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고사리는 뿌리가 땅에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잔뿌리만 있어서 쉽게 뽑힐 것 같은 고사리는 사실 이 근경을 이용해서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아주 멀리까지 계속 이어져서 엄청나게 증식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이 근경의 아주 작은 조각만 땅에 붙어있더라도 봄만 되면 새순이 쑥쑥 올라오는 강력한 생명력을 가졌죠.
고사리의 새순은 2월부터 5월까지 계속 올라오는데요, 생명력이 얼마나 강한지 산에 불이 나서 식물들이 싹 다 타버려도 고사리 새순은 올라올 정도로 다른 식물들이 버티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새순을 틔운답니다.
혹시 눈치채셨나요? 먹을 것이 턱없이 부족하던 옛날에는 보릿고개에 먹을 거라고는 고사리 새순이 전부인 시절이 있었어요. 황량한 산 구석구석에 고사리가 새순을 틔우면 사람들은 그걸 꺾어다가 고사리 죽도 끓이고 전도 부치고 하면서 먹고살았죠.
그런데 문제는 고사리의 새순에는 티아미나아제(Thiaminase)라는 티아민(비타민 B1)을 분해하는 효소가 들어있어요. 이 티아미나아제는 조개류에도 많이 들어있긴 한데요, 문제는 조개만 엄청 많이 먹을 일은 별로 없지만, 먹을 것이 너무 없는 보릿고개 시절엔 몇 날 며칠을 고사리만 먹을 일이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이죠.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증상은 우리 몸에 티아민이 부족해서 생기는 각기병의 가장 일반적인 증상이에요.
즉, 고사리를 먹고 양기를 잃었다기보다는 고사리만 너무 먹어대니까 비타민 B1이 부족해져서 각기병에 걸렸다가 옳습니다.
고사리의 티아미나아제는 고사리를 말리고 물에 삶아 헹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출되기 때문에 우리가 나물로 먹는 고사리는 티아미나아제에 의한 각기병을 유발하지 않아요.
아주 옛날에는 정말 먹을 것이 귀해서 산에 흔하게 널려있는 고사리로만 삼시 세 끼를 먹어야 할 정도로 고사리를 과하게 많이 먹어서 문제였지만 요즘에 우리가 반찬으로 먹는 정도는 반찬으로 과하게 고사리나물을 먹더라도 각기병이 될 정도는 아니니 그 부분은 안심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고사리에 대해 제가 꼭 덧붙이는 말이 있어요.
고사리를 먹는다고 고자가 되진 않아요. 정력에는 영향력이 없으니 드셔도 됩니다만,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일 때에는 고사리는 드시지 말아 주세요.
그 이유는 고사리의 발암물질 ptaqulioside 때문인데요, 더 자세한 이야기는 "산모와 고사리"편에서 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