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ily Sep 03. 2021

에밀리의 집밥

9월의 밥상 시작은

돌아가신 친정엄마표 삼계탕은  항상 베주머니에 불린 찹쌀을 가득 넣은 뒤 닭의 뱃속에도 알차게 넣으신 뒤 당시에는 바늘에 굵은 실을 넣어 꿰맸던 장면이다.


어린 시절의 어렴풋한 장면 중엔  닭을 사러 가던 엄마를 따라가면 그 자리에서 주인아저씨 아줌마께서 닭 한 마리를 골라 잡고 머리를 홱 비틀곤 닭의 깃털을 숭숭 마구마구 뜯어내고 나서는  끓고 있는 커다란 통에 휙 집어넣으셨던?, 아니 집어넣다 빼서 깃털을 뽑았던가?... 보기에도 끔찍해서 손으로 얼굴을 , 귀를 가리고 막아가며 훔쳐봤던 장면들이라  순서는 뒤죽박죽인가 싶다.


어느 날 성큼 가을바람이 가득 불어 온 올여름 끝 무렵,

그렇게 휙 가을이 들어서며 달력의 숫자도 9를 가리킨다.


미시간에서 돌아와 다시 나간 교회에선 일본어 예배부로 전환했었다.

벌써 육칠 년 되는가 보다.

사택 쪽 제자 목사님의 교회로 옮긴지도 오 년이 되어버렸지만

수도권에서는 일본어 예배부 목사님 사모님과 이런저런 활동을 많이 했었다.

나 역시 외국 생활을 했어서 느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일본분들의 고충을 도울 수 있어서 감사한 시간이었기도 하다.


지금은 귀국한 여러 분들과의 추억이 가득하다.

전도 차원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찬양을 같이 하던 귀한 시간도,

서초와 수지 이사 뒤에도 수지까지 요리교실로 모였던 여러 분들이 스쳐 지나간다.


9월의 첫 집밥은  사랑의 교회 일본어 예배부 담임 목사님 내외를 모셨다. 자매 같은 간사님도 더불어서


오랜만의 정겨운 시간이라 메뉴를 고심하던 차에 마침 간사님이 교정치료 중이시라는 소식에  부드럽고 따뜻한 메뉴를 생각하다 보니 계절도 바뀌어가는 이즈음 , 친정 엄마 표 삼계탕에 에밀리의 맛을 더한 따뜻한 한 그릇이 떠올랐다.


한국 생활을 오래 하셨지만 ,

내가 겪은 경험 속의 일본인들이 싫어할 맛을 빼고,

한국식 약재 가득 맛은 간사님과 내 몫으로 ,

담백하게 대파와  대추가 득은 목사님 내외분 몫으로 ,

아침 출근의 장남에겐 강황 가득 으로 ,

불린 녹두와  불린 찹쌀을 적절히 섞어 뱃속에 대추와 같이 넣고 , 엄마 표의 베보자기 안에도 잡곡들을 넣고 은근히 푹....

두 마리씩 두 냄비 ,

이른 아침 장남용 한 냄비로 나누어 각각에 맛을...


두 해 전 담아 둔 마늘장아찌에 이번 봄 이사 전에 다시  끓여 더한 마늘종 ,

고추기름에 볶은 멸치볶음 ,

구운 김무침,

우엉조림 ,

내 신혼시절의 광양에서 배웠던 고추 갈아 넣은 여름 배추김치와 열무김치까지..


애석하게 정갈히 흰 대접에 담았던 각 한 마리씩의 삼계탕 대접과 김치들은 사진을 놓쳐버렸다.

무화과 샐러드도 곁들이고

기왕 보양식이니 장어구이도 조금 곁들여서
커피와 치즈케잌
간사님이 사오신 디져트는
티와 티라미수로

목사님이 건네주신

이사 온 새 아파트 견학도 다 같이 하니 즐거웠다는(실인즉 , 몇 개월 살이인지라 같이 하는 시간들이 더 귀하고 소중하다는 )

기도와 말씀도 전해주고 가셨다.

지금 상황의 내게 가장 필요한 말씀이구나 싶은...

그렇게 9월 에밀리의 밥상이 시작되었다.


일본분들을 모시고 보니 센다이의 크리스 차펠의 모든 분들이 유난히도 그립던 어제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에밀리의 집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