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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Oct 01. 2021

에밀리의 집밥

명절의 가족 집밥

명절 음식을 언제나 거의 나 홀로 만들고 나면 지치곤 하지만,

이번 명절은 좀 특별했었다.


큰 아이의 짝이 될 그녀의 시조부모님께 의 인사도 포함된 탓도.., 그리고 막내와의 첫인사 자리이기도..


나의 결혼 전 시댁 어른들께 인사드리던 시간이 기억되어서 사실 , 구정으로 미뤄주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자진해서 인사를 올리고 싶다는 맑은 그녀의 의지에..

장남도 , 나도 더는 반대만 할 수가 없었기도 하다.


아무튼 그렇게 추석날 점심엔 시조부모님을 만나 뵙고 그 어려운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밝고 차분히 묻는 어른들의 말씀에 답하고 , 점심까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 난 왠지 수십 년 전의 내 모습과 너무나도 흡사하게 클로징이 돼버려서....

 좀 이른 명절이었지만 이번 명절엔 가족 식사자리에도 한 명의 가족이 늘어났다.

개운하게 다섯의 가족 저녁엔 꽁치김치찌개로!

예비 신부댁에서 보내온 돌게장까지 풍성하고 넘친 명절 집밥이었다



난 시조부모님이 계신 시댁을 선택했었다.

모 어쩌다 보니 이긴 했었지만, 어려서부터 그 시대에 안 맞게 우리 집은 달랑 남매였던 탓도 있다.

결혼은 식구 많은 집으로 가서 북적여야지 ( 남동생 친구들로 북적대던 우리 집이 아닌, 가족들로 북적대길 원했던 철없던 마음 , ),

엄마는 막내며느리셨다. 그 덕에 난 며느리들의 고충을 전혀 몰랐기에 가능했던 바람이었는지도 모른다.


 결혼 전부터도 잠시 가면 남자분들이 먼저 식사를 하고 , 그 시간이 한 시간을 넘겨도 , 음식을 남겼다 먹는 게 아니라 남은 걸로 여자들이 먹어도 그 자체를 감지 못했던 나의 어리석음을 누구 탓을 하랴..


어쨌든 난 내 아들 둘에겐 , 일찍 가서 뵙지도 못했던 외할아버지의 방식을 고수했다.

레이디 퍼스트부터 남을 배려하는 , 여성을 먼저 생각하는 교육을 나름 열심히 강조했었다.

다행히 , 두 아들은 그 부분에서 내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고 있다만..


......

딸은 딸이고 며느리는 며느리이다.

결코 며느리가 딸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짚고 넘어가려 한다.

그 말도 안 되는 문장으로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상처를 가득 받았던가 말이다.

어느 집을  막론하고 말이다.


새해 봄이면 난 그 어렵다는 시어머니가 된단다.

나에게 되뇐다.

말을 줄이자.

궁금해도 말자.

절대 상처를 주지 말도록 노력하자.

가녀린 그녀의 밝은 미소를  잃지 않도록 감싸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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