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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가을을 담다.

나에겐 화룡점정으로 남은 21년의 마지막 가을이겠지

by emily

11월로 들어섰다.

11월은 어찌 보면 일 년 중 가장 쓸쓸하고 짧은 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올 11월은 쓸쓸함 속 깊이 묻어져 있던 11월이란 달의 깊고 매혹적인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11월의 첫날은 나에게 처음 찾아온 내 첫 아이의 탄생을 경험하게 했었고, 어느 사이 3년이 흐른 내 어머니의 배웅을 하게 하던 뜻깊은 시간들이 겹쳐 있는 시간의 달이다.


봄, 여름 , 가을 , 겨울이 지나며 11월은 겨울을 예감시켜주면서 또한 가을과의 이별이며, 새로운 한 해의 시작 전 가는 해의 정리로 분주할 12월을 이어주는 다리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 해 중 가장 짧게 느껴질 11월,


나를 무척이나 소중히 생각해주는 두 후배와 일 년에 몇 번의 만남을 갖는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 미리 스케줄을 맞추는 일정 중에 우리의 생일 축하 모임 역시 들어있다.

11월의 그녀의 생일 겸 단풍도 볼 겸 화담숲을 가보자는 의견이 두 달 전의 스케줄 의논 중 거론되었고 , 난 아직 화담숲을 못 가 본 터라 흔쾌히 일정을 정하고 설레며 기다리던 우리의 회동.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었지만 조심스럽기는 몇 곱절 더해진 채, 조금 늦은 오후로 예약을 하고 ( 세 명의 동선이 워낙 제 각각인 데다 돌아올 때 교통체증을 피하려고 우린 항상 오후에 출발 중이다 ) 드디어 그날!


사실 , 올 단풍은 그리 기대는 없었다.

몇 주전 한파로 한 번 얼었다 녹은 나무들도 가득하고 예보 또한 그랫기에.

하나 지난주 영주에서 들렸던 부석사의 형형색색의 색감에 간 탄을 했었고 마음 한 편으로 기대가 가득했었는지도 모른다.


모두들 코로나로 이루지 못했던 2020년의 잃어버렸던 가을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어디고 가득한 인파였지만 , 다들 마스크로 꼭꼭 가린 채, 가을의 잔치를 눈에 담느라 분주한 요즘이기에 사람의 물결을 어느 정도 예상은 한 채 그곳으로 향했다.


엄청난 인파에 잠시 멈춰 서 버렸었지만 , 걸어갈수록 짙어지는 형형색색의 가을 덕에 그만 취해버렸다.


인스타에서 본 풍경 중 가장 궁금했던 곳은

규모는 작으나 교토 청수사를 내려다보는 착각을 주는 장면과 모노레일이 단풍 속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오고 들어서던 장면이었다.


그 많은 인파도 잊어버릴 만큼 화담숲은 우리를 반겨주고 품어 안아 주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싶을 만큼.

어린 소녀의 시선은 어디쯤이었을까?


장소,색깔 , 풀 한 포기까지도 놓치기 싫었던...


가기 전에 잠시 생일을 축하하러 카페에서 티타임 시간을 ,

그 시간 역시 최고였다 싶다.

오래 한결같은 그녀들과의 인연의 시간은 더 소중하고 조심스럽게 이어가야지 하는 생각을 가득하며 돌아오던 늦가을 밤으로 맺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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