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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Mar 04. 2022

외가의 추억

월남 담요와 엄마 , 그리고 스승님

이 글을 어디다 써야나 고민하다가...


추억 속 월남 담요는

어린 시절 , 엄마의 다림질하는 장면으로 훌쩍 가 버린다.

당시엔 월남전을 다녀오신 막내 외삼촌이 가져오셨던듯한 군용 담요를 잘라서 네 귀퉁이에 자투리 천을 덧대어 다림질 판으로 쓰셨던 희미한 기억..

월남 담요의 또 다른 사용은 아마도 명절이나 행사 때 모인 친척들의 화투 시간에 바닥에 깔려 있던 것으로 기억된다.


사택에 누군가 갖다 놓은 건지 옆지기 산 것인지 모르는 커다란 카키색 군용용 담요가 언제부터인가 있었다.

짐 정리를 하며 한 편으로 두엇 었는데 오래 썼던 다리미를 혹시 몰라 챙겨 왔더니 이 조합이 기막히다..


나이 드니 다림질도 예전만큼 자주 못하겠고, 스팀다리미로 대충 하던...

모 요즘엔 출근에 흰 와이셔츠에 양복 정장이 아닌지가 오래 기도 하고... 아무튼.


내려오며 예전에 스던 다리미를 잘 챙겨 왔더니 꿀조 합의 군용 담요가 내 어린 시절 엄마와 다리미와 월남 담요를 떠올려준다.


옆지기의 봄 바지 두 개를 오랜만에 정성껏 , 힘껏 다림질해본다.


요샌 세탁기에 돌려 탁탁 털어 바지걸이에 거꾸로 건조시키면 왠만한 건 허락되는데 깊숙이 두었던 새 계절의 바지를 꺼내고 보니 역시 다리미로 무겁게 눌러주는 게..


내 시조모님은 구십 세에도 아주 칼날같이 다림질을 하셨었다만....


아무튼 추억의 단어. 월남 담요. 자체로  충분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추억 속의 스승님


내 국민학교  4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오늘이 71세의 생신이시다. 일 년 전   선생님 잎 숫자가 바뀌신 걸 놓쳐버렸어서 벼르고 있던 음력 생신이었다. 마음은 몇 곱절이지만 작은 마음을 전달했더니 선생님께서 연락이 오셨다.


교욱 대학을 갓 졸업하고 첫 부임지에서 첫 학생으로 만났기에 따지고 보니 딱 띠동갑이었다는...


지방 출신이셔서 당시에 남동생 분과 자취를 하고 계셨었고 , 담임 시절 이후로 엄마가 큰 언니처럼 여러 가질  챙겨 주셨었기에 나 역시 남동생분께 그림도 배웠고 선생님은 나질풍노도 중고등 시절에도 이런저런 문화. 공연 등을 데리고 가셧더랫다.

(중학교 입학 때는 스승님의 어머님께서 고운 한복을 손수 만들어 보내주시기도 )


나이가 들고 한 참이 흐른 뒤에야 그 모든 시간들이 나의 생에 밑거름이 되었다는 진실을 인지하고..


아무튼 침에 선생님과의 통화 중에 나의 남의 사진에서 나의 엄마 , 아빠를  발견하신 샘의 말씀을 듣다가   울컥하기도...


내 엄마의 사랑은 할머니의 사랑 같으셨었다고...

너무나 맑고 순수하셨다고 말씀해 주신 선생님.


난 또 그 이야길 들으며 선생님과 먼저 가신 또 다른 스승이신 샘의 남동생 샘을 떠올려버린 시간...


오늘은 스승님과 월남 담요.. 그리고 내 엄마와 아빠의 추억으로 넘치게  충분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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