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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Mar 08. 2023

에밀리의 집밥

사택에서의 밑반찬들

매일 이른 아침 6시 15 분이면 아침을 차립니다.

저녁 또한 6시30분에...


이사 내려온 지 일 년이 지났습니다.

시어른들과 자녀들의 식사를 안 차리는 것만으로도  훨씬 수월하긴 합니다만, 두 사람의 재료보다 여섯 명분의 재료가 더 경제적이기도 합니다.

일 하며 그 모든 식사를 시간도 , 메뉴도 틀리게 차려 댄 것이 언제 적인가 싶을 만큼 까마득하기도 합니다만,

두 자녀의 혼인 등으로 명절엔 더 많은 식구들의 음식을 해야 하기도 합니다.

밑반찬이 떨어질 즈음엔 몰아서 반찬을 후다닥 만들곤 합니다.

한참을 꼬막무침을 안 해준 듯해서 꼬막도 구입했습니다.

김장김치는 이젠 찌개나 복음으로 마무리를 해야지 싶어서 얼마 전부턴 무생채를 담곤 합니다.

그것도 좀 싫증 나려나 싶어 오이소박이 열개를 담았습니다.

그 외에  메추리알과 꽈리고추를 조리고

김치찌개엔 읽고 있는 책 속의 김혜자선생님의 드라마 '눈이 부시게' 속에서의 어묵 넣은 김치찌개도...

며칠 뒤 미국에서 몇 년 만에 출장을 나오는 벗을 위해서도 , 신혼인 막내를 위해서도 밑반찬을 조금 더 준비해 봅니다.


에밀리의 콩장은 실은 시조모께 배운 방식입니다.

리태를 불리지 않고 물과 간장만 넣고 뭉근히 뭉근히 끓이다가 말랑거려지고 간장이 스며들면 그때에야 설탕과 물엿이나 조청이나 올리고당을 더하지요.

 은근히 끓이며 뒤적여 주어야기에 정성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래도 그렇게 시조모께 배운 방법의 맛은 항상 한결같습니다.

미시간 시절의 벗과 어머님께서도 무척이나 좋아하셨기에 오랜만에 만날 벗을 위해서도 정성껏 만들어 봅니다.

내일 상경 때 얼음팩에 넣어 가져가야지요.

그리곤 한 숨 돌리려고 며칠째 맡아 온 매화향기를 고스란히 집 안으로 풍경봅니다.

전 신혼을 1990년부터 1995년 봄까지 광양제철소 단지에서 살았었습니다. 그때는 빛나던 27살이었던 탓에 솔직히 매화와 벚꽃을 지금처럼 느끼지 못하던 시절이었더랬지요.

젊음은 그 자체로 빛나고 향기로 가득 찼었고, 또한 아이들 낳고 집밥을 하면서도 랫슨까지 하던 바쁜 시절이기도 했어서 아마도 꽃이나 향기를 느껴볼 여유는 없던 시절이었지 싶습니다.

이제는 중후한 나이로 두 자녀에게 시어머니가 되었습니다.

 지난 연말부터 사실은 제게 휴식의 시간을 주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게으르기도 하지만 조금은 느리게 , 여유롭게 나에게 시간을 허락하는 중입니다.

한잔의 찻잔에 매화봉오리를 가득 담아 그 향기를 맡으며 눈으로도 그 아름다움의 유희를 바리 봅니다.

그래도 되는 나이지 싶습니다.

내년이면 환갑일 내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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