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우기인 그곳에서의 맑은 날들은 추억이고, 이번엔 11월의 그곳에 물들고 있는 가을을 만끽 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 주어졌었다.
인천 공항에서의 출발이 지연된 탓에 일정들이 좀 밀렸었다.
고토히라궁의 계단을 700개를 넘게 오르던 해지던 저녁시간이었다.
흐르는 땀과 거친 호흡으로 정상엘 당도했고, 미쳐 준비 못해간 생수 탓에 갈증이 일어났었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서둘러 내려오던 길에 몬젠마치의 올망졸망 오랜 가게들을 눈으로만 훑으며 스치던 내 눈에 번쩍 들어온 건 서과랑 유자가 가득 든 상자와 아주 작은 몸의 할머니셨다.
지는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시느라 야채와 과일 바구니와 상자들을 집 쪽으로 옮기시려던 찰나, 난 그분께 말을 걸었다.
(물론 일어지만 )
"어머니, 혹시 귤은 없나요?"
할머니께서는 고개를 끄떡이시곤 안쪽으로 들어가셨다. 나 역시 뒤 따라 들어가니 비닐봉지를 찾고 계신 듯했다.
시간도 없고 서둘러야 했던 나와 후배는
"어머니 비닐봉지는 필요 없고요 귤이 있으면 저희 가방에 담아 가려고요"하고 다시 여쭸다.
해맑은 표정으로 할머니는 한쪽 끝에 안 보이던 상자 쪽으로 이동하셨고, 거기엔 정말 밤톨 같은 사이즈의 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우리는 빠른 속도로 개수를 세며 30알을 우리의 가방으로 집어넣었다.
할머니께서 껍질을 까서 건네어 주신 귤을 입에 넣으니 상큼하며 달콤한 그곳의 맛과 향이 입안 가득 퍼졌었던 해지던 11월 가을 어느 저녁시간을 아마 오래오래 기억하리라 싶다.
급한 탓에 실인즉, 할머니도, 귤박스도 핸드폰에 담질 못했었다.
나중에 귤을 조금 더 사 올걸, 할머니랑 사진 한 장 찍을걸 하는 아쉬움이 가득했던 그날 밤을 추억한다.
아쉬움에 숙소에서 할머니의귤을 담아 찰칵
그리고 또 한 번의 할머니들과의 만남은, 나오시마 섬엘 갔던 날 오후였었다
혼무라의 뮤지엄들을 지나치고 그녀와 난 마을을 걸어 다녔었다.
몇 해 전 그곳의 향토적 식당에서 먹은 맛을 기악 해가며, 오래됐던 가게를 다시 찾아보려고 어슬렁거리다가 들어섰던 그 자리의 슈퍼에서 돌아보고 나오려다 카운터에 한 할머니께서 슈퍼 쥔장께 컨시던 감이 내 눈에 따악, 탐스러운 모습을 담으려 대화 중이신 두 분을 방해하지 않으며 살며시 찰칵 , 하고 나니 어머님께서 말을 거셨다.
"감 먹으려오?"
나는 냉큼 "하이!"를 외쳐버렸고 , 후배와 내 손엔 어느새 탐스런 잘 익은 대봉 이 쥐어져 버렸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슈퍼 앞으로 나와 자판기를 보니 자판기의 천국답게 마셔보지 못한 알코올음료마저 내 눈에 들어와 버렸다.
햇살 좋은 가을날 오후에 그곳에서 선에 쥐어주셨던 잘 익은 달콤하던 감과 꽤 도수가 있던 하이볼 음료는 나에겐 환상의 조화로운 맛을 선사해 주었었다.
2010년이던가, 미국 이사 전, 막내와 후쿠오카 여정에서 만났던 란도셀의 초등학생을 떠올리게 했던 나오시마 혼무라의 또 다른 시간의 초등학생을 만나기도 했었다.
이 탐스러움과 일궈낸 손들을 담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해지던 저녁의 해맑던 할머니와 귤을 못 담은 아쉬움이 이 글을 끄적이는 내내 내 옆을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