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첫째주
원문 기사:
Paris Was Emerging as Europe’s Next Big Art-Market Hub. Post-Lockdown, Can It Maintain the Momentum? by Naomi Rea, artnet News, May 7, 2020
https://news.artnet.com/market/paris-galleries-reopen-1854126
몇 달째 전세계적 ‘셧다운’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는 코로나 사태 이전을 돌아보게 된다. 파리는 ‘아트마켓 르네상스’의 중심에 있었다. 2019년에 데이빗 즈워너(David Zwirner)와 화이트큐브(White Cube)와 같은 갤러리들이 파리에 분점을 냈고, 브렉시트에 대한 불안감으로 많은 컬렉터들이 작품을 파리 기반 경매사에 위탁하면서 프랑스 경매 시장은 49퍼센트라는 놀라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럽의 중앙이라는 파리의 위치적 조건은 유럽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서 주요한 강점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두 달간의 이동 제한 조치와 함께 앞으로도 대규모 모임과 장거리 여행이 가능할지 불확실해지면서, 지리적 중심지라는 것은 예전만큼 큰 강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상황은 오랜 기간 아트 마켓의 허브로 발전해가고 있던 파리를 주춤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회의감을 불러 일으킨다.
파리의 갤러리와 소규모 미술관들이 다음 주부터 다시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은 파리의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한 의지로 가득 차있다(비록 5피트 간격 유지 원칙은 지켜야 할 테지만 말이다). 아트 딜러 알마인 레흐(Almine Rech)는 아트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5월 11일부터 파리의 갤러리를 예약제로 오픈할 예정이며, 한번에 10명씩만 입장하도록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이전에도 고객들은 이미 사전약속을 잡고 방문하는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파리 갤러리 위켄드(Paris Gallery Weekend) 행사 측은 2020년 행사를 7월 2일-5일로 고정하고, 50개의 갤러리가 참가하는 가운데 가이드 투어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마스크 착용 필수).
“파리는 예술 애호가들의 중심지이고, 사람들은 돌아올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5월 12일에 마레 지구에 있는 갤러리를 재오픈할 예정이라는 아트 딜러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이 말했다. 그는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의 또 다른 지점이 있는 오스트리아의 코로나 감염률이 더 낮은 데도 파리의 지점을 먼저 재오픈하기로 했다는 점이 눈에 띄겠지만, 이러한 결정은 파리가 제 활기를 되찾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모든 예술계 비즈니스가 살아남지는 못할 것이다. 지난 달 갤러리 전문가 위원회(Comité Professionnel des Galeries d’Art)는 프랑스 갤러리의 3분의 1 가량이 이번 위기로 인해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충격적인 보고를 내놓았다. 또한 이 보고에는 프랑스 갤러리들이 6월까지 2억 달러 이상의 순익 감소를 겪게 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게다가, 갤러리의 85퍼센트가 컬렉터의 행동에 따라 매출이 직접적으로 결정되는 작은 사업군이기 때문에 이번 경제 위기가 고객들의 자금 사정에 장기간 영향을 준다면 갤러리들도 심각한 타격을 얻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위원장 마리옹 파피용(Marion Papillon)은 아트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90년대와 2008년 경제 위기에서 경험하였듯 아트마켓이 회복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파피용은 위원회원 중 아직까지 문을 닫은 갤러리는 없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미래는 불투명하다. “1992년부터 1995년 사이에 전체 갤러리의 46퍼센트가 문을 닫았습니다.”
대형 갤러리라고 해서 위기를 피해간다고 할 수는 없다. 타데우스 로팍은 5개 지점을 휴업시키면서 직원들의 근무 시간과 봉급을 감축했다고 한다. 갤러리의 재개업과 함께 그들을 다시 복직시키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갤러리 임시 휴업으로 8건의 전시를 못하게 되면서 향후 2년간의 갤러리 전시 프로그램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리고 이는 아티스트들의 수입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의미한다. 온라인 뷰잉룸과 온라인 아트페어를 통해 판매하고 있기는 하지만, 로팍은 “가상 공간에서의 판매를 두 달간 해보면서 실제 판매를 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습니다”고 이야기했다.
프랑스 정부는 코로나 사태가 시작될 때 문화 분야에 2200만 유로 상당의 긴급지원을 제공하였고 그 중 200만 유로가 예술 분야에 쓰이게 되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 금액은 갤러리의 생존을 보장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경고했다. 각 문화기관 대표들과의 상의 끝에, 지난 5월 6일 마크롱 대통령은 소규모 사업과 프리랜서들을 위한 70억 유로의 특별 기금의 일부가 예술과 문화 분야 추가 지원에 사용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위기 상황 속에서도 어떤 고객들은 작품을 사기 위해 주머니를 연다. 5월 11일에 파리에 있는 두 개의 갤러리를 재개관할 예정인 나탈리 오바디아(Nathalie Obadia)는 지난 3월 중순 갤러리가 문을 닫은 “거의 직후”부터 매출이 뚝 끊겼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지난 한 주 동안 프랑스 컬렉터들은 물론 외국 컬렉터들과도 교류가 다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인터넷을 통해 갤러리의 존재가 계속 유지될 수 있었지만, 이젠 컬렉터들이 직접 작품을 보러 오고 싶어하는 때가 왔죠. 특히나 페어가 열리지 않는 지금 같은 때에는요.”
아트 딜러 카멜 메노어(Kamel Mennour)도 파리의 세 개 공간을 5월 12일부터 다시 오픈할 예정이며, 10월에 네 번째 지점을 여는 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번에 각 지점에 방문하는 사람들의 수를 제한하기 위해 직원들은 교대 근무를 하게 될 것이다. 비록 그가 갤러리의 온라인 운영을 성공적으로 해냈지만, 메노어는 갤러리 문을 닫은 것은 “참혹한 일”이었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갤러리 템플론(Galerie Templon)은 한 번에 입장하는 관객 수를 20명으로 제한하면서 5월 11일 파리의 두 개 지점을 재개관한다. 재개관 이후 첫 전시는 5월 30일부터 시작하는 일본 아티스트 시오타 치하루의 전시가 될 것이다. 평소와 같은 오프닝 파티와 디너 대신에, 갤러리는 방문객들이 몰릴 것을 대비해 개관 시간을 연장할 것으로 밝혔다.
다니엘 템플론은 아트넷뉴스와 인터뷰에서, “경제 성적표는 아직 다 책정되지 않았습니다. 갤러리가 대중에 문을 닫고 페어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확실히 4월 매출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낙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있습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빌리 장게와(Billie Zangewa)의 전시 오프닝 당일 통행 제한 조치가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매진되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노버트 비스키(Norbert Bisky)의 전시가 시작되기도 전에 5만 유로에서 6만 유로 대의 작품들의 반이나 판매되었고, 예정된 시오타 전시에서도 이미 3만 유로에서 4만 유로 대의 몇몇 작품들이 구매자를 찾았다고 한다.
파리의 역동적인 갤러리 생태계를 지원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몇몇 대형 기관들도 소규모 기관을 위해 공간을 내어주고 있다. 그 예로 페로탱(Perrotin) 갤러리의 경우 5월 23일부터 8월 24일까지 생 클로드(Saint Claude) 갤러리에서 26명의 지역 아트 딜러들을 초대해 4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2주씩 전시를 이어나가는 “합동 전시(solidarity exhibition)”를 주관한다. 로팍 갤러리 역시 소규모 갤러리들을 위해 팡탱에 있는 그의 갤러리 공간을 제공하기로 했다.
여러 걱정에도 불구하고, 딜러들은 파리가 코로나 사태 이전의 시장 탄력성을 되찾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갤러리 전문가 위원회장 파피용은 “조금씩 수정해 가야 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오늘날의 파리는 굉장히 강력하고 역동적인 도시입니다. 박물관들과 곧 오픈할 사설 재단 미술관들, 수준급 페어들, 그리고 매우 중요하고 역동적인 지역 갤러리와 국제적 수준의 갤러리들간의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이죠”라고 말하며 “이 역학관계를 잘 유지해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갤러리 재개관은 그 중요한 첫번째 발걸음이었고, 이제는 우리의 구매자들을 움직여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습니다”고 덧붙였다.
나오미 레아 Naomi Rea
어소시어트 에디터, 런던
Emily's Comment:
저는 이제까지 유럽 미술시장의 중심지는 런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브렉시트로 인해 그 상식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었나 봅니다. 새로운 미술시장 허브로 떠오르고 있던 곳은 바로 파리. 지리적으로도 유리하고 기본적으로 미술 시장, 미술 전반의 인프라를 탄탄히 갖추고 있었기에 당연한 일이겠죠. 그러나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 사태로 인해 파리의 입지도 위기를 맞게 된 것이 분명합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미술 시장의 1차적 주역인 갤러리들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갤러리 관계자들과 인터뷰하면서 그들이 코로나 사태에 어떻게 영향을 받고, 극복해나가려 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파리에서 바이러스 감염이 진정되기 시작하면서 다음 주부터 하나 둘 갤러리들이 다시 문을 열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페로탱 갤러리와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의 사례는 뉴욕의 데이빗 즈워너 갤러리가 지역의 작은 갤러리들을 위해 온라인 뷰잉 시스템을 공유했던 것처럼 '함께 이겨내기'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으로 보입니다.
과연 파리는 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 유럽의 새로운 '아트 마켓 르네상스'를 일구어내게 될까요?
번역/ Emily Chae
오역, 오타 정정 및 기타 의견은 댓글로,
미술 분야 영한/한영 번역 관련 문의는
emilychae0142@gmail.com 으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