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서면 딴 얘기
감정 쓰레기는 집에 놓고 와주세요.
여러 세대와 다양한 환경에서 살던 사람들이 만나는 공간이 회사인 만큼 말도 안 되는 감정싸움이 벌어지는 것도 바로 회사인 것 같아요.
분명 회사에서는 일만 잘하면 된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그건 결과적으로 봤을 때만 그렇지 온갖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는 과정 속에서는 일만 잘하면 된다는 말은 남의 나라 얘기에 불과해요.
직장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가 하는 '말'입니다.
직종, 직책을 떠나서 사람마다 화법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표현법을 파악하는 일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일이 많아요.
괜한 말 한마디에 꼬투리 잡히기 싫어서 속으로 생각을 많이 하다가 되려 말이 꼬여서 나올 때도 있고, 지나친 배려의 말 한마디가 오히려 독이 돼서 밉보이게 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여기서 가장 최악은 같은 팀 동료와의 신경전과 타 부서와의 갈등이 동시에 올 때에요.
저의 경우는 이랬어요.
제가 입사하기도 전에 타 팀과 여러 감정들이 똘똘 뭉쳐있었는데, 그걸 잘 모르는 신입이었던 저는 그저 의지만 넘치고 발랄하기만 했어요. 실제 업무에 투입돼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엄청 심취해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일이 지옥문을 자진해서 들어간 거나 다름없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신입이 뭐 별 수 있나요?...
하라니까 하는 거지...
그런데 필사적으로 피하려고 노력했지만 고래 싸움에 끼인 새우처럼 벌벌 떨었어요. 업무 요청 메시지 하나 보내는 것조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에 사무실에 있는 내내 현기증이 났어요. 그 전쟁터에 혼자 버려지면서 갈팡질팡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이 감정싸움의 원인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온갖 욕이란 욕은 다 먹었어요.
그러던 중에 어떠한 결정 권한이 없던 저에게 한 번 언급한 것으로 마무리를 짓더니, 큰 문제가 터지니까 모든 것을 제 탓으로 돌리더라고요. 제가 그런 결정을 할 만큼 권한이 주어진 적도 없는데 모든 탓이 저에게 꽂히니 어안이 벙벙해서 퇴근도 못하고 사무실에 혼자 앉아서 멍 때리고 있었어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눈물조차 안 나오더라고요.
회사에서는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한다고 그렇게들 말하는데 이거 잘 지키는 사람 몇 없어요.
칼로 자르듯 철저하게 지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는 하지만, 아무 상관없는 사람한테까지 기분 나쁜 감정을 전달한다면 안 그래도 딱딱하기만 한 회사생활에 엄청난 벽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어요.
누군가의 기분에 따라 분위기가 좌지우지된다면 그것만큼 별로인 게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 생활은 눈치가 반 이상이어서 알아서 잘하는 것 또한 능력이라는 말을 듣게 됐어요.
그런데 눈치 보면서 조심스럽게 행동해도 이런 느낌이 들어요. 눈치껏 티를 안 내려하지만 누군가의 기분에 따라 움직여야 할 때면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업무시간 내내 혼나는 기분이 들어서 숨이 턱턱 막혀요. 그리고 퇴근을 해서도 집까지 따라온 찝찝함을 떨쳐내려 하지만 털어지지 않는 끈적한 감정은 꿈속에서까지 날 괴롭혀요.
각자 맡은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에 따져보면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하는 게 일인데 서로의 감정에 따라 분위기가 흘러간다면 그 조직은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가까스로 붙잡고 있는 정신줄을 세차게 흔들어 될 때는 언제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정신 안 차리고 뭐 했냐는 소리부터, 여기는 일 배우러 오는 학교 아니라는 말과 함께 온갖 화살이 전신에 박혀요. 본인들 기분에 따라 하기 싫은 일 신입한테 한 번 해보라고 던져줘 놓고선 나중에 문제 생기면 다 신입 탓에 더 나가서 주변 사람 탓이고, 결과가 좋은 듯싶으면 본인들이 한 것처럼 뿌듯한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면 그냥 이게 현실이구나 싶더라고요.
그러다가 또 누군가의 기분 안 좋아지면 '거만해지지 말고 일이나 잘해'라는 말을 하는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까요?
회사가 학교가 아닌 건 맞아요.
그래서 스스로가 처해있는 상황을 빨리 알아차리고 눈치껏 빨리 빠져나가야 해요.
그런데... 모든 직장인들이 사사로운 일로 기분을 드러내서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고 정규 교육 과정에서 배웠으니까 회사에서도 안 하는 게 맞지 않나요?
그런데 왜 다들 감정 쓰레기통을 회사까지 끌고 오는 것은 물론이고 내로남불 정신으로 이러는 자신의 모습을 당연시 여기는 걸까요? 누구는 몰라서 감정싸움 안 일으키고 있는 걸까요?
회사에서 자신이 한 일에 책임을 진다는 일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지는 곳이 맞기는 해요.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합심해서 일을 하는 곳이 회사라면 적어도 앞뒤 다른 얘기로 헷갈리지 않게 기본적인 업무 태도와 동료들을 대하는 예절에 대해서 갖춰야 합니다.
제발 본인의 감정만이 중요하다고 뒤돌아서서 딴소리하다가 기분 나쁘게 만들지도 말고...
배운 게 이거밖에 없었다면서 스스로 모자란 사람으로 만들지는 말도록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