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꼰대가 되어간다
야! 너도?!
본인이 회사에서 만년 막내일 수는 없어요.
때가 되면 각자의 뒤를 이을 누군가가 새로 들어오기 마련이에요. 초반에는 새로 입사한 직원이 얼마나 버틸지 모르기 때문에 애써 마음을 안주는 척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같이 밥도 먹고 얘기를 나누면서 공통점을 찾아가게 돼요.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적응을 해나갈 때가 되면 슬슬 새로운 막내의 보기 안 좋은 행동들이 거슬리기 시작해요. 그리고 내가 알려준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을 때면 상사가 보시고 나한테 뭐라고 할까 봐 내 일에 집중도 못하고 괜히 예의 주시하게 됩니다.
그렇게 조급한 마음에 지적질을 하거나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그렇게 최악이라는 젊은 꼰대 소리 듣게 될까 봐 갈팡질팡하게 돼요.
왜 저 직원은 내가 알려준 대로 하지 않는 거지?
내가 저렇게 했으면 바로 사수한테 엄청 갈굼 당했는데... 등의 온갖 과거의 경험들이 떠올리면서 우물쭈물하는 시간이 많아져요.
나름 1년 넘게 일을 하면서 여러 사건들 속에서 각자만의 가치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각자가가 겪었던 안 좋은 일을 다른 누군가가 겪지 않았으면 하는 노파심에 참견을 하려는 거일 수도 있어요. 스스로는 선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심 어린 말이라는 걸 알아요. 하지만 내가 하는 모든 말이 정답도 아니고 '-하면 안 된다'와 같은 부정적인 말만 가득한데 막내라고 그 소리를 듣고 따르고 싶은 마음이 들기나 할까요?
그냥 각자의 앞가림이나 신경 쓰는 게 낫겠다 싶을 겁니다.
어쩌다 한 번씩은 과거의 나는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신입에게는 자연스럽게 허용이 되고, 오히려 칭찬을 받고 있노라면 허무한 마음이 크게 밀려 들어와요.
왜 과거의 나는 안되고 현재 저 사람은 되는 거지? 별안간 쓸데없는 질투심으로 서운함과 섭섭함을 드러낼 때가 있어요. 그래도 속이 안 풀리니까 괜한 사람 붙잡아두고 '라떼는 말이야-'를 반복하는데, 본인 스스로도 최악이라고 느끼게 돼요. 상스러운 말을 하거나 육두문자를 내뱉은 것도 아닌데 말을 하면 할수록 내가 하찮아지고 좀스러워 보이기까지 해요.
이렇게 자신이 속해 있는 곳을 부정적으로 말하고 막내가 언제 치고 올라올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안절부절못하고 있으면 그 모습을 보고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현실에 대한 만족감은 전혀 없고 본인부터 달라질 생각도 없이 그냥 상황 탓 남 탓 욕만 하고 있으면 얼마나 꼴불견일까요?
어떻게 보면 결국에는 누워서 침 뱉는 꼴이나 다름없는데 말이에요.
자신감이 자만이 되어서는 안 되고, 이유 있는 고집이 아집이 되어서는 안 돼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묻고 잘못된 설정을 고쳐나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 중요해요. 꼰대는 자기 과거 얘기만 해서 꼰대가 아니라 모든 상황에서 좀스럽게 구니까 꼰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르고 모든 굴레는 돌아가기 마련이에요. 모든 조직에는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 있고, 알게 모르게 내가 꼰대가 돼가고 있다 하더라도 결국에 우리는 일을 하는 직장인이고 근로자인 건 변함이 없어요. 지금의 신입도 나중에는 그들만의 연극을 하면서 새로 들어온 신입을 예의주시하고 참견하는 젊은 꼰대가 되어있겠죠?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이고 한없이 미워 보여도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오늘 하루도 파이팅 해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