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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밀리H Nov 16. 2021

연극 무대

여러 가면을 가진 직장인

연극의 시작은 자기 자신을 소개하면서부터입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부터 마치 자신은 일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과몰입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여기저기 찔러보다가 서로를 마음에 들어 하는 곳이 생기면 그곳에 합류하여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게 돼요. 연기를 거듭할수록 자신만의 루틴이 쌓여가고 요령이 생기면서 점차 자기 자신까지 제대로 속이게 되는데... 


그렇게 직장인 역할이 익숙해지면 진짜 '나'의 모습을 잃어가요.


현실에 치여서 각자 어떤 꿈을 가지고 사회에 첫걸음을 내디뎠는지 기억에서 사라지고 없어요.


짬이 쌓여간다는 건 일 머리 회전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 소리이고 그만큼 쉬운 일 번거로운 일을 금방 구분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그렇게 회사생활을 하면서 사리분별을 할 줄 알면 시기에 맞는 연기를 하게 됩니다. 


가령, 먼저 나서서 자신이 능력을 과시하는 경우 귀찮은 일만 생기기 때문에 책임지는 일 만들지 않으려고 유령 연기를 할 때가 많아요.


상사는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혀를 끌끌 찹니다. 본인들도 이전에 그랬고, 부하 직원들이 어쩔 수 없이 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진실하지 못하다면서 잔소리를 하기 시작해요. 하지만 열심히 잔머리를 굴려가며 잔소리를 듣고 있는 와중에 최소한의 피해만 보려고 노력 중인 그들의 더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습니다.


무슨 연유로 전날 술을 잔뜩 마신 지는 모르겠지만 정시 출근을 해서 연락 오는 거 다 차단하고 잠만 자는 분도 있고, 실력도 없고 능력도 없는 자기 주변 사람들 억지로 데려다가 골치 아프게 만들어요. 그리고 얕은 지식을 내세워서 이일 저일 건드려보다가 제대로 마무리도 못 짓고 결국 법정 소송까지 가는 일도 생기고 심지어 본인이 해결하지 못한 자잘한 일들을 아무 설명 없이 아래 직원들한테 넘겨서 불화를 일으키는 분들도 있어요. 


이러한 행동들이 눈에 보인다는 건 연차가 쌓여간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아무리 직급이 높아도 이상적인 모습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몇 안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과정이기도 해요.


직급이 높든 낮든 실수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실수 없이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적어도 직장인으로서 가져야 할 윤리가 있기 마련인데 멋대로 행동해 놓고 주변에서 눈감아 주길 바란다면 어느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해야 할지 모두가 난감해해요. 물론 상사분들도 회사에 해를 끼치거나 누군가를 잘못되게 하려고 벌인 일은 아니겠지만 누가 봐도 아니다 싶은 일을 뻔뻔하게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화가 안 날 수가 없어요.


솔직히 버릇없고 뭣도 모르는 생각이기는 하지만, 가끔씩 분노가 차오르면서 저런 사람들 밑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럽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대부분이 퇴사하고 싶은 마음은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하잖아요?


마음속 악마가 검은 가면을 씌워줄지 하얀 가면을 씌워줄지 고민하는 통에 덩달아서 두통이 일어요. 혼란 속에서 시작된 연극은 갈피를 못 잡고 미궁으로 점점 빠져듭니다. 


집에서 가면을 벗고 이성적으로 곰곰이 생각을 해보게 돼요. 


지금 판단을 잘해야지만 나의 역할 방향이 옳은 길로 뻗어나갈 수 있는데, 과연 지금 벗어나는 것이 옳은 건가? 아니면 묵묵히 버티고 있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방법인가?


그냥 회사가 좋든 싫든 적응 잘해서 버티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하는 기본적인 기능조차 잃게 돼요. 그렇게 우울한 나날들이 지속되면 월요병도 생기고 수요일 오후 시간이 되면 자신이 못생겨 보이고, 주말이 오면 즐거워하다가 일요일 저녁만 되면 다시 기분이 가라앉는 반복되는 삶에 치여 살게 됩니다.


인간은 왜 돈을 벌어야 하는가? 인간은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돈이란 무엇인가? 돈의 가치? 등을 나름 생각해 보면서 이 연기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머리를 굴려봤어요. 


그런데,

그렇게 근로자가 일하는 의미를 찾아보려 애쓰지만 죽을 때까지 만족스러운 정답을 찾기가 힘들겠죠?


하아... 인생 참 고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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