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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을 비닐봉지에 받았습니다

첫 월급은 과연?!

by 에밀리

태국에 온 지도 어느덧 한 달이 흘렀다.
매일 똑같이 개발을 하던 어느 날, 부장님이 내 자리로 성큼성큼 걸어오셨다. 손에는 무언가를 들고 있었는데…


돈다발이었다. 그것도 비닐봉지에 담긴.


투명한 봉지 너머로 빳빳한 지폐들이 눈에 띄었다.

"세어봐도 좋아요."

부장님의 한마디에 인턴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봉지를 열었다.

그 안에는 크고 작은 지폐들이 가지런히 섞여 있었다.


살면서 받은 모든 월급, 알바비까지도 늘 계좌이체였는데 말이다. 태국에서는 계좌를 따로 만들라는 말이 없어서 그냥 지내고 있었는데, 이렇게 비닐봉지에 담긴 월급을 받아보게 될 줄은 몰랐다. 조금은 낯설고, 한편으론 묘하게 정감 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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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봉지에 담긴 월급

지폐들을 하나하나 세어보니 67만 원.


시급이 2천 원인 줄 알았는데 3천 원이었단다. 순간 피식 웃음이 났다. '기뻐해야 하나?' 싶다가도, 굳이 환전하지 않아도 한 달을 넉넉하게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태국에선 67만 원이 제법 큰돈이다.


회사에서 식사를 제공하니 식비는 거의 들지 않고, 그 덕분에 나는 일주일에 세 번은 꼭 마사지를 받으러 간다. 그마저도 한 달에 4만 원 남짓. 가끔은 스스로에게 작은 사치를 허락하며 고급 레스토랑에 들르기도 한다. 두툼한 스테이크를 먹어도 2만 원이 채 들지 않는다니, 매번 놀랍고도 감사하다.


예전에 홍콩에서 인턴을 할 땐 월급이 230만 원이었지만, 외식 한 번에 10만 원이 훌쩍 나가곤 했다. 고급 레스토랑은 꿈도 못 꿨던 그 시절. 지금보다 작은 학교의 기숙사에서 살며 버스를 타고 출퇴근했던 시절. 부엌이 딸린 아파트와 전용 기사님이 출근을 도와주는 지금과 비교하면 월급은 많았지만 아쉬운 생활이었다.


월급을 받았으니 이번 달은 조금 더 풍요롭게 살아보려고 한다.


주말엔 방콕에도 다녀오고, 미슐랭 레스토랑에도 가보려 한다.

비닐봉지에 담긴 월급 한 줌이 생각보다 많은 여유를 안겨주는걸 보니 역시 행복은 여유에서 오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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