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스민을 준다
태국 공장의 꽃 수확 시즌이 찾아온 걸까.
지난 목요일부터 옆 부서 메이의 손에선 매일같이 꽃이 흘러나온다.
커다란 비닐봉지에 담긴 하얀 꽃송이들을 친한 동료들에게 하나씩 나눠주며,
"Good morning Emily!"
어디서 났는지, 누가 키운 건지는 묻지 못했지만 갓 꺾은 듯 신선한 꽃잎에는 투명한 이슬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나는 얼떨결에 받은 꽃을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빛에 비춰 사진을 찍는데...
여기 까만 점 두개가 보이는가?
신선함을 증명이라도 하려는지, 생생한 자스민 꽃에는 작은 개미가 기어다니고 있었다.
그 조그만 생명체는 꽃잎 사이를 더듬거리며 이 낯선 환경에서 어떻게든 탈출하려 애썼다.
나는 조심스레 휴지를 가져와 개미를 태운 뒤 바깥으로 살며시 내보냈다.
...알아서 잘살겠지
메이가 하루도 빠짐없이 건네주는 이 꽃은 자스민이다.
손에 받아 얼굴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져다 대면 잎 사이사이에서 은은히 번져오는 자스민 특유의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갓 받은 자스민은 향이 유난히 진하다.
마치 막 피어난 듯, 아직 이슬을 품고 있어 손끝으로 느껴지는 촉감도 보드랍고 축축하다.
그 상태로 키보드 위에 하나 올려두면 하얀 키 위에 내려앉은 하얀 꽃이 하루 종일 시야 안을 가만히 떠다닌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돌려보면,
책상 한켠엔 말라비틀어진 자스민들이 하루하루 쌓여가고 있다.
이틀 전의 꽃, 어제의 꽃, 그리고 오늘 아침 꽃이 나란히…
작고 가벼운 꽃잎들이 바람 한 점 없는 사무실 구석에 조용히 눕는다.
말라비틀어진 꽃들을 보며 웃음이 난다.
“이제 이만 치워야지” 하면서도 그 낭만적인 풍경이 괜히 아쉬워서 하루 이틀은 더 두게 된다.
그렇게 6일째, 매일 아침 자스민 한 송이를 받아들고 키보드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둔다.
참 낭만이 있는 회사다. 어디선가 자란 자스민이 비닐봉지에 담겨 매일 아침 이곳 공기 한켠을 적셔주는 이 회사는.
나는 오늘도 자스민 세 송이와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