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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B Jan 18. 2022

한의원 하면서 생긴 증상 2

이보다 더 불쾌한 통증은 없다

두통이 뜸할  즈음에 이상한 증상이 갑자기 생겼다.

혀가 왜 이렇게 아프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니 매일 ,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혀가 아팠다.


처음 느껴보는 혀의 통증은 불쾌했다.

혀의 통증을 느끼기 전의 아프지 않았던 기억은 나지 않았다.

두통은 뒷목을 치료해주고 견디다 보면 고통이 사라지지만 혀의 통증은 하루 종일 따라다니면서 찔러대는 예리한 바늘 같았다.

이렇게 평생 살아야 한다면 이보다 더 한 고문은 없을 것 같아 치료법을 찾기 위해 증상을 곰곰이 살펴봤다.

침 환자가 많을 때는 체력이 소진되고, 환자가 뜸할 때는 심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육체적 , 정신적 스트레스가 의기투합해  나를 공격하는 느낌이었다.


화가 나거나 속상할 때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는 표현은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적절하다.

부글부글 끓는 화는 면역력이 떨어질 때 귀, 눈, 입안, 코, 목에서 본인의 정체를 알리는데 심한 경우에는 염증의 형태가 되기도 한다. 구강외과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없고 치료방법도 딱히 없다고 한다. 대학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받고 오신 환자분들은 한의원에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오신다.

환자에게만 봐 왔던 증상이 나에게도 올 줄이야.

지속되는 혀의 통증을 느끼지 않기 위해 껌을 씹기도 했다. 껌을 뱉으면 따끔거리면서 찔러대는 통증은 여전했다. 심장의 화를 빼내는 통로를 만들기 위해 나에게 침을 놓았다. 며칠 동안 해보니 효과가 있었다.


그때 나는 한의사가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인가에 대해서 고민했다.

나의 영혼과 체력을 다 바칠 만큼 열심히 일 해 왔는데, 정작 나를 보살피기 위한 시간 내기는 힘들었다. 다시 한번 나를 향한 측은지심이 고개를 내밀었다.

직장인들은 회사를 위해 일하는 걸 포기하는 순간 사직을 생각한다고 한다.

소상공인인 나는 누구에게 사직서를 내야 할까.


많은 환자분들이 젊었을 때 힘들게 일한 후 얻은 병을 연세가 들어 치료받으러 오신다. "젊어서 고생한 게 지금 몸이 말해주는가 벼"라고 말씀하시는 80대 환자분의 이 한마디에 그분의 인생이 그려진다. 20년 동안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시는 분은 뒷목부터 무릎까지 다 치료해달라고 하신다. 정년퇴직까지 버티면 된다고 하시면서 몸이 힘들어도 일을 그만 둘 생각은 없으시다.

나는 이런 분들을 존경한다. 각자 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그분들의 의지와 끈기, 억척은 부러울 정도이다.  


두통, 혀의 통증으로 약해진 마음에 써 놓은 사직서를 가족(환자들)을 돌봐야 할 책임을 느끼며 서랍 속으로 다시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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