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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Dec 04. 2020

Ep.9 호주에서 아르바이트 구하기 - 험난한 여정



한인 숙소에서 살면서 나름 한 달 넘게 편하게 지냈었다. 하우스메이트들과도 많이 친해졌고 시티도 매일 돌아다니고 장도 보면서 이국적이고도 아름다운 이 나라에 천천히 스며들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 호화(?) 스러운 생활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는 발품을 팔아 시티 잡을 구하러 다녀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우스 메이트들에게도 이런저런 정보를 당연히 물어보았다.


안타깝게도 딱히 빈자리가 나는 아르바이트가 거의 없을뿐더러, ‘찾으러 다녀도 아마 힘들 거다..’라는 말만 되돌아왔다. 어렴풋이 호주에 오기 전 들었던  ‘한인 교회에 가면 이것저것 다 알려준대. 웬만한 한인 커뮤니티 정보는 거기서 다 나온다던데? ‘ 라는 말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몇 번 한인 교회를 갔었는데 솔직히 별 소득이 없었다. 아니, 내가 워킹홀리데이를 온 한국인이라는 것 때문에 말도 잘 걸지 않았고 나 역시 그들에게 살갑게 나를 소개하며 적극적으로 어필하지 못했다. 당연히 사람들은 나에게 크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몹시 실망한 나는 하는 수 없이 스스로 발품을 팔아 일을 구하러 다니기로 했다.


무엇보다 막막했던 것은, 사실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다음 카페 커뮤니티에 들어가 시티 잡을 찾아보니 거의 한인 레스토랑이나 상점뿐이었다. 게다가 시급은 터무니없이 작았다. 거기다 무려 소개비까지 따로 줘야 했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 무려 $8-$10의 시급. 세상에! 그 당시 공식 최저시급은 $14.30- $15 였다.)



근 10년간 호주 최저 시급의 변화


당시 한국의 시급과 비교하면 많이 받는 편이었다. 하지만 영어를 쓸 수 있는 내가 이렇게 작은 시급을 받으며 한국과 똑같은 한인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하기 싫었다. 이럴 거면 한국에서 더 시급 높은 일을 하지, 굳이 호주에 온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애써 한인 잡은 다 제쳐두었고 오지(aussie, 현지인) 잡을 찾고 있었다.








하나 시티에 살면서 시티 잡을 구하지 못했었다. 중국인과 일본인이 운영하는 매장에서조차도 $8-$10를 받고서라도 중국인, 대만, 한국인 학생들이 줄을 서서 그 알바 자리를 꿰차려 했다. 그들은 서로 경쟁하며 레쥬메(이력서)를 하루가 멀다 하고 들이밀고 있었고 경험이 적은 애송이 같은 나의 경우는 그 문턱을 넘기에 터무니없이 역부족이었다. 하우스메이트들도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었고 구할 수 있을 거야.. 라며 말끝을 흐렸다.


나중에서야 산전수전 다 겪고 나서 깨닫게 된 사실이 있었다. 호주에서 일을 구하기란 철저히 인맥 위주라는 것을. 혹시나 아무 연고 없이 호주에 가서 스스로 좋은 일을 구했다 라고 하면 특별한 케이스 일 것이다. 영어가 원어민 정도의 수준이거나, 미친듯한 긍정적인 성격으로 하루에 20곳 이상씩 시티를 돌며 레쥬메(이력서) 돌려 구한 경우이거나.


어찌 보면 워홀러들의 세계는 한국보다 더 심한 인맥 위주 커뮤니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아무 연고 없고 순진무구했던 내가 더더욱 스스로 일을 구하기란 하늘에 있는 별에 손 닿기 수준이었던 것.

씁쓸했고 비참했지만 또 한편으론 이해가 되는 텃세였다. 한국 속담에서도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있지 않는가. 아무렴 본인이 혼자 와서 스스로 피땀 흘려 일궈놓은 일자리일 테고, 뼈와 살을 갈아 긁어모은 고급 정보인데, 어떻게 낯선 이방인에게 그 정보들을 넙죽 주겠는가?

그러니 우리 커뮤니티, 우린 친구들, 우리 지인들- 내 사람들에게만 정보를 공유하고 나누는 것이다.


열정 넘치는 패기와 긍정적인 마인드로 ‘가면 뭐 어떻게든 되겠지. 까지껏 가서 일 구하면 되지. ‘ 하다간 한국에서만 못한 현지 한인 레스토랑, 매장에서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당연 아니다. 따뜻하고 좋은 분들도 수 없이 많이 보았다.) 최저의 최저 시급을 받으며 하루하루 신세 한탄만 하다 모은 돈 없이 한국으로 돌아갈 날을 맞이할 수 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한 마음가짐과 사람들 마음의 빗장을 해제시킬 수 있는 넉살 좋은 성격을 장착하는 것이다. 필수사항은 아니지만 인맥 없이 나 홀로의 워킹 홀리데이를 준비한다면 반드시 고려해볼 만한 사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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