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낯선 곳
긴긴 비 때문에 마당은 여전히 엉망진창이다. 얼마 전 택배기사님이 손짓을 잘 못 알아보고 마당으로 들어오려다 차가 빠진 후 일주일 넘게 내 신경은 온통 이삿날의 날씨였다. 마당이 제법 긴 거리라서 어떻게든 차가 현관 앞까지 들어왔으면 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걱정했으나...... 걱정은 소용없었고 당일 호우주의보가 내렸다. 이사업체가 짐을 싸기 시작하는 순간까지도 앞이 안보일만큼 쏟아져서 울 것 같았는데 짐이 사다리차에 실리는 순간부터 비가 그쳤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필요 없는 걱정에 몸살까지 났지만, 인간이란 원래 그런 존재이니.. (ㅎㅎ)
다행히 차는 잘 들어왔고, 몇 가지 짐들이 창고로 쓸려 들어간 것 빼고는 옮기기 성공! 평소 같았음 후다닥 달려가서 찾아서 번쩍 들고 왔었겠지만, 이번에 내 팔다리도 너무 무거워서 걔들 끌고 다니는 게 일이라 못했다.
포장이사지만 포장만 해주시는 이사를 요청한 덕에 2박 3일 정리지옥이 열렸다가 닫혔다.
아침부터 등이 선뜩선뜩 서늘하고 관절이 쑤시는통에 모든 동작이 느릿해져서 과연 가능할까 싶었는데, 여튼 끝냈다. 물론 대부분의 공은 짠~하고 나타나신 책정리요정이자 나의 슈퍼맨덕분(!!)
짐 딱 들어왔을 때 찍어뒀어야 하는데 첫날은 정신없고 지쳐서 사진이 없다. 나는 파워블로거는 글러먹었다.
장서각이 따로 있나. 여기가 바로 우리집 장서각!
모든 물건은 같은 것, 비슷한 것, 쓸 때 관련있는 것들 끼리 잘 모아서 잘 보이게 둔다.
그리고 중요한 건 빼서 쓰고 넣어도 어질러지지 않게!
참 많은 분들의 도움과 배려 속에 이사는 무사히 끝났다. 늘 북적이던 곳에 혼자 있으니 익숙한 물건들과 함께 있어도 낯선 이곳을 정말 내 집같이 느끼려면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할까.
종일 누워있다가 하늘을 올려다봤더니 예쁘게 노을이 지려다가 먹구름에 가렸다. 다행이었다. 노을마저 아름다웠으면 조금은 쓸쓸했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일 년, 몸도 마음도 바빴으니 쉬어가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설레지만 낯선 우리집에 적응하면서.
아 근데 다리에 자리잡은 쥐는 대체 언제 집에 가려나. 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