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지고 싶지 않아
잠은 자려고 노력하면 더 도망가버린다.
이게 참 사는 것과 비슷하단 말이지.
원하고 바랄 수록 멀리멀리 가버리는 거.
쉽게 잠들 수 없는 것은 꽤 오래된 일인데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고 익숙해지고 싶지도 않다.
뭔가 들 힘이라도 있으면 못 본 드라마 보면서 뜨게질이라도 할 텐데 오늘은 기운이 너무 없다.
귀신 나올 것 같이 안개와 구름이 가득한 날씨
서늘한데 기분 좋게 시원하지 않은 온도
가끔 느껴지는 익숙하지 않은 냄새
번갈아 뻣뻣해지는 종아리
온갖 핑계를 다 대보지만 핑계는 핑계일 뿐.
그나마 다행인건 재택근무 중이라 장거리 운전을 안해도 되니 어떻게든 자야한다는 스트레스가 없다는거 딱 하나.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책꽂이에서 안읽은 책 두어권 뽑아올껄. 지금은 꼼짝도 하기 싫다.
이래서야 원 즐겁고 행복한 독거노인이 될 수 있나 싶다. 일단 노인도 못 되어보는 것은 아닌가도 싶고.
잠과 싸우는 하수는 벗어났는데 가끔 한 번 싸우고 싶긴하네. 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지. 너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