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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ma Aug 29. 2020

빡침의 순간 2

결국은 내탓이다

대체 어디로 벌레가 자꾸 들어오는 걸까. 집에 구멍이라도 났나 싶었다. 벌써 이러면 난 여기서 못 살 것 같다고 별의별 생각을 다하면서 일주일을 보냈다.


오늘 찾아낸 강력한 용의자.

거실 에어콘 배관.

와.. 진짜 밖이 시원하게 잘도 보이네? 풍경 좋다. 좋아.

안방 에어콘 뒷쪽. 어이쿠 좋네요. 리버럴하고.

아니 이럴꺼면 뭐하러 골조할 때 미리와서 배관을 했는지 알 수 없는 가운데, 토요일 점심시간이고 뭐고 에어콘 업체에 전화를 했다. 별로 친절하고 예의있게 대하고 싶지도 않았다. 배관 마감을 어떻게 하나도 안하실 수 있는지에 관해서만 물었다. 바로 보내서 조치해준다고는 하는데도 별로 고맙지도 않았다. 


전화 끊고 생각해 보니 너무 믿고 맡긴 내 탓. 설치할 때 바쁘다고 지켜보지도 않은 내 탓이다. 아이고오. ㅎㅎ

그래도 빡치는 건 어쩔 수 없다. 내가 보살이냐ㅑㅑㅑㅑㅑㅑ!!!!!!!!!!!!!!!


집때문에 계속 예민이가 되어가는 내가 싫다. 진짜.

이대로 후회하고 싶지는 않은데. 정말 슬프다.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오시겠단다. 그래요 당신도 나도 노동자인데 주말은 쉬어야지. 근데 난 장애생기면 휴일이던 새벽이던 깨서 일하는데? 여튼 당장 올 수 없다고 하니 휴지로 틀어막아 놓았다. 방에 날아다니는 벌레만 봐도 화가 난다. 내 안의 김진상과 김지랄이 깨어날까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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