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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ma Sep 13. 2020

정원노동자의 시간(2)

있는 힘껏!

꽤 큰 미스김 라일락을 옮겼습니다.

5년을 키웠고 키는 1m쯤이고 옆으로 많이 커진 나무 6개를 옮기는 건 젖먹던 힘까지 꺼내야 하는 일이에요.


남동생이나 외삼촌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오늘 가서 보니 아직 때가 아닌데 잎을 모두 떨구고 있는 것이 심상치가 않아서 이모랑 둘이 구출을 하기로 했어요.


가식해놓느라고 이나무 저나무 사이에 있는 것들을 풀을 베고 캐는 것까지는 어찌어찌 했는데, 계속 온 비로 어마어마하게 무거워진 뿌리 둥지때문에 집 앞까지 옮기느라고 영혼까지 털린 기분이었어요.


노랑 수레를 밀고 끌고 하면서 올라와서 다시 심을 구덩이를 파고 끙끙거리면서 심고 났더니 해가 졌습니다.


그래도 시원한 가을 바람과 맑은 날씨 덕에 꽤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어서 오랜만에 기분 좋은 일요일을 보냈어요.


가을의 정원은 늘 분주합니다. 분주해서 신나요!


죽지 말고 잘 자라면 좋겠어요.

하필, 해질 때 서쪽으로 구름이 몰려와서 (쳇) 오늘의 노을은 짧고 아쉬웠지요. 그래도 딸기 솜사탕 같은 구름이 예쁩니다.


다음주나 다다음주에는 수국과 남천과 백합과 기타 등등 사람이 옮길 수 있는 건 다 옮겨볼 예정이에요.  그래야... 그 길을 따라 굴삭기가 들어가서 나무를 가져올 수 있거든요.


이 분주한 가을을 부지런히 보낼 수 있게 하늘이 좀 도와야할텐데.....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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