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대만의 겨울은 노스탤지어다. 여행이 아니라 처음으로 대만에 살러온 때도 11월이었다. 낯설고 신기한 이 세계에 안착한 계절이라서 나는 대만의 겨울이 조금 무섭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겨울이라기엔 전혀 춥지 않은 대만의 11월이지만, 그래도 티셔츠를 입기에는 쌀쌀한 날씨다.
진한 나무 진액 냄새가 가로수에서 풍겨 나오고 밤이 좀 더 일찍 찾아온다. 에너지가 넘치는 여름이 지나 조금 쓸쓸해진 타이베이에는 고독이 있었다.
회사 동료집에 놀러 가 와인을 마시고 떠들다가 고양이를 만지고 스위치를 하며 놀았다. 여성 동료가 대부분인 회사라 다정다감한 이들과 왁자지껄 놀다가 기분 좋게 집에 돌아간다. 오랜만에 신이취에 가니 타이베이 101 건물은 그곳에 있었고, 버스를 타고 다안공원을 지나 저기 멀리 동먼이 보였다.
이번 연도 1년의 반은 타이베이에서 일한듯하다. 집은 아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반겨주는 친구들이 더 많은 곳, 하지만 여전히 정착하지 않고 영원히 생경할 이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