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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ma Jeon Jan 01. 2020

방은 빌린 것이지만, 생활은 그렇지 않다.

대만의 렌트 스타트업 ‘9 floor’ 탐구기

대만 거주공간에 대해서라면 할 말이 많다. 대만은 노후된 건물들이 많아 거주할 집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한국처럼 신식의 원룸 방이 시중에 많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품질이 높은 방들의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집을 구하러 다니다 보면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수준의 집들이 매물이라고 나와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렇다고 렌트 가격이 낮은 편도 아니다.  타이베이에서 쉐어하우스에서 하나의 방을 빌린다고 해도 적어도 10,000원, 한국 돈으로 38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타오방이라고 불리는 대만의 원룸의 경우에는 적어도 13,000원이상( 49만 5천원 정도)이어야 구할 수 있다.


https://9floor.co/en


房子是租來的,但生活不是

대만의 렌트 스타트업 9 floor의 웹페이지 대문에는 '방(집)은 빌린 것이지만, 생활은 그렇지 않다' 라고 쓰여있다. 비록 내 집을 구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방 하나를 렌트하더라도 소위 품위 있는 곳을 빌려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타이베이 완화구에 위치한 9 floor는 총 6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층은 카페와 bar를 겸한 작은 공용공간이다. 2층부터 5층까지는 한국의 원룸과 같은 타오팡에서 사람들이 거주한다.  6층은 한 층 전체가 공용공간인데, 넓은 부엌과 거실이 있어 자유롭게 업무를 보거나 요리를 할 수 있다.  매력적인 부분은 9 floor 거주자는 이 곳에서 파티나 소셜 활동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나도 거주자의 초대를 받아 두 번 9 floor의 파티에 방문했다.  2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서 3~4시간 동안 같이 요리를 하고 수다를 떨었다. 파티 호스트가 여러 모임에서 알게 된 사람들을 초대해서 새롭게 친구를 사귀고 생산적인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이는 공간이 주는 안정감과 바이브 때문이었다. 두 번째 방문에는 블루스 댄스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음악을 틀어놓고 블루스를 추었다.  진짜 친구의 집과 달리 깨끗하고 모던한 디자인이 가득한 공간에서 흥미로운 사람들을 새로 만나고 즐길 수 있는 것은 9 floor의 큰 장점이다.



미래의 자금은 오늘을 위해 소진하자

흥미롭기만 해 보이는 이 공간은 비싼 렌트비를 감당해야만 진입이 가능하다. 15000~18000nt( 한국돈 57만 원 ~ 70만 원) 한 달 렌트비 가격으로 기존의 타이베이 원룸(타오팡) 가격의 30% 이상 비싸다. 매달 상당한 비용을 렌트비로 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9 floor에 거주하는 사람은 평생 자가를 구매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대만 젊은이들은 이미 ‘자기 집’ 구매의 희망은 잃어버린 지 오래, 차라리 현재를 충만하게 살아가기를 택한 것이 이해가 된다.


이렇게 좀 더 나은 라이프를 위해서 20~30%의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젊은이들은 비단 렌트뿐만 아니라 식당, 취미, 여행을 소비하는 방식도 동이하다. 기존의 대만 일반 식당들은 위생도 별로고, 튀기고 양념이 많이 된 건강하지 않은 음식들이지만 대신 가격은 아주 저렴하다. 젊은이들은 이런 식당을 외면하고, 20~30% 높은 가격에 같은 메뉴를 판매해도 깨끗하고 젊은 느낌의 식당을 기꺼이 찾는다. 다들 그럴듯한 취미에 월급의 3분의 1을 투자하고, 여행을 가서도 새로운 경험을 위해서는 과감히 소비를 한다.


Anyway, 새로운 가치를 만들면 돈이 된다.

재임대산업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wework의 경우, '그럴싸한 공간'에 대한 욕구가 만들어낸 비즈니스라고 생각한다.  위워크는 자본은 없지만 당장 좋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싶은 스타트업 회사들의 욕구를 잡아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낸 것이다. 9 floor도 아직 좋은 집을 구매할 수는 없지만, '그럴듯한 공간'에서 거주하고 싶은 젊은이들의 마음을 샀다.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조금 가치를 더해주는 것만으로 새로운 비즈니스가 탄생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참 흥미롭다.  새로운 소비패턴을 읽는다면 '그렇게 비싼데도 장사가 될까?'라고 의구심을 가지기보다는 '그렇게 비싼데도 장사가 된다'는 새로운 관점으로 비즈니스를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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