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의 어린 고양이

비 오는 밤에 만난 꼬마

by Emmett

당시 지내던 곳은 역에서 집까지 10분 넘게 걸어야 했다. 밤이 되면 인적이 드문 데다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주택가를 지나야 해서, 항상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하며 지나가곤 했다. 주택가를 지나면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가 나왔고, 그 놀이터를 가로질러야만 집에 닿을 수 있었다.


2015년 7월 24일 금요일 밤, 비가 내리던 늦은 퇴근길이었다. 역에 도착하자마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한 손엔 우산을 다른 한 손에 휴대폰을 든 채 수다를 떨며 주택가를 지났다. 아파트 놀이터를 지나려던 순간, 전화가 아닌 어딘가에서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잠깐만. 나 지금 고양이 소리 들은 거 같은데?"


"고양이?"


"응. 아기 고양이 소리 같은데... 잠깐만 이따가 연락할게."


"헉, 응응!"



통화를 끊고 보니 단지 놀이터에서 분명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큰 고양이보다는 어린 고양이의 소리라 직감했지만, 아무리 놀이터를 둘러보아도 고양이는 눈에 띄지 않았다. 나는 조심스레 고양이를 불러보았다.



"아가, 나와봐! 어디 있어?"



내 목소리에 반응한 듯, 놀이터를 꾸며놓은 키 작은 나무들 사이에서 작고 여윈 고양이 한 마리가 빼꼼 나타났다. 족히 세 달도 안 되어 보이는 어린 고양이였다. 이 아이는 턱시도를 예쁘게 차려입고 있었지만 비를 맞아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혹시 주변에 어미 고양이가 있지 않을까 싶어 멀찌감치 바라보다 눈높이를 맞추려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 손짓하며 불렀다.



"아가, 이리 와봐. 엄마 잃어버렸어?"



어린 고양이는 나에게 눈을 떼지 않고 한참 생각하는 듯하더니, 쫄래쫄래 달려와 내 앞에 섰다. 그리고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 쭈그린 내 무릎 위로 폴짝 뛰어올라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비를 얼마나 맞았는지 내 옷도 금세 젖어들었고, 왜인지 이 아이는 품 속에서 금방 잠들었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 나는 고양이를 품 안에 안고서 젖은 벤치에 앉아 한참이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 다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쩌지, 아기 고양이야. 비를 엄청 맞았는데."


"헉, 그럼 얼른 데려가! 한티 동생이다!"


"아... 둘째는 안 될 것 같은데..."



2015년 초, 우연히 하얀 고양이 분양 글을 보고 데려온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한티가 그 고양이를 무서워하며 밥을 전혀 먹지 않고, 설사까지 심해져 오래 병원을 다녔다. 결국 그 고양이는 어떤 수의사가 직접 본인 신분과 집 주소까지 인증하며 책임지고 잘 키우겠다고 해, 그에게 보냈다. 그 이후로 나는 한티에게 동생을 들일 생각을 완전히 접었었다.



"맞다... 그럼 지금 그 고양이 어딨어? 안 도망가?"


"내 품 안에... 있는데... 혹시 엄마 잃어버린 걸까?"


"에? 품 안에? 그럼... 누가 잃어버린 거 아닐까?"


"그러게. 이렇게 사람한테 다가오는 거 보면... 누가 잃어버린 걸 수도 있겠다."



나는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집으로 들어왔다. 아빠는 한티를 쓰다듬으며 TV를 보다가 어린 고양이를 안고 들어온 나를 보고 바로 일어났다. 그리고 품에 안긴 채 잠든 고양이를 들여다보았다. 한티도 궁금했는지 쫓아와 냄새를 맡는 듯했다.



"뭐야? 어디서 데려왔어? 안된다니까 그러네 참..."


"놀이터에서 주웠어. 주인 찾아주려고, 이 방문은 열지 마! 한티가 들어가면 안 돼."


"주운 거 맞아? 어디서 사 온 거 아니고? 이쁘게 생겼는데..."



나는 아빠의 말을 뒤로한 채 아이를 방에 데려가 수건으로 구석구석 닦아 주었다. 축축했던 털이 마르자, 턱시도를 입은 예쁘고 작은 고양이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미를 찾아 헤맸던 걸까, 정말 누군가 잃어버린 걸까 하는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우선 내일 병원부터 데려가야겠다 싶어 아빠에게 부탁했다. 아빠는 흔쾌히 알겠다고 하셨다.


나는 한티에게 오늘은 아빠랑 자라고 타이른 뒤 방문을 닫고 들어와, 이 낯선 어린 고양이와 함께 밤을 보냈다.

어디서 온 거니 꼬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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