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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적 Nov 08. 2018

낯선 계절의 반복



낯선 계절의 반복



때 이른 추위에 가을은 없나 보다 하려는 찰나를 잠시라도 스쳐 지나가듯 가을이 머물고 있다. 잠깐의 외출 길이나 마음먹고 나간 시끌벅적한 동네에서 걷다가 위에서 떨어지고 발에 걸리는 노란 잎들을 심심치 않게 마주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가을이 와있음을 느끼다 보면, 문득 봄의 벚꽃이 생각난다. 매번 연례행사처럼 돌아오는 벚꽃을 사람들은 너무나 생생하게 반긴다. 나는 한 때 시큰둥해하기도 했는데, 계절이 무어라고 색이 바뀔 때마다 처음 맞는 것처럼 호들갑일까 싶었다.









미술관에 갔다가 그 앞 정원에 흐드러지게 핀 잎들에 나도 모르게 잠시 고개를 들고 위를 쳐다봤다. 단풍이나 낙엽을 좋아하는 건 왠지 올드해 보인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이가 들어가서 마음이 동하는 건지 생각이 바뀐 건지 나도 모르겠다. 가을에 태어났지만, 그동안 가을을 충분히 좋아하지 않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계절에 시큰둥해할 동안 얼마나 많은 계절의 모습들을 스쳐지나 보냈던 걸까.










그저 조금 큰 은행나무 한 그루일 뿐인데, 사람들은 이 앞에서 빽빽하게 서서 사진을 찍어댄다. 그저 공간의 조화가 좋아서 한 장 찍으려 했을 뿐인데,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을 보고 당황스러웠다.



- 사람들이 좋아해서 저 공간을 저렇게 내버려 두었나 봐.

- 말도 안 돼. 이 비싼 땅에 그럴 리가 없어. 다른 용도나 계획이 있겠지.

- 그런 거라니까.

-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다니는 길마다 낙엽이 떨어지고 땅 위에 수북이 쌓여 자꾸만 가을을 알려온다. 


아무리 사계절이 쳇바퀴 돌 듯 돌아온다고 해도 날씨의 흐름은 계속 달라지는데, 같은 모습의 계절이라는 게 있을 수 있을까. 물든 정도와 빛깔, 잎이 떨어지는 시기, 햇빛의 강도와 바람의 정도가 미세하게 달라지면서 매번 이름만 같은 다른 계절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차도에 화석처럼 짓이겨진 은행잎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도 처음인 것만 같다. 세상의 사람들 같다고 느껴졌다. 누군가는 안전지대에 태어나고, 누군가는 간발의 차로 고난의 길을 겪어야 하는 복불복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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