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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수 마니아에게 계절이란 무의미하지

by 수수

아이스크림도 좋아하지만

나는 언제나 빙수를 선호한다.


빙수는 아이스크림보다 훨씬 더 청량하다.
입안에 넣자마자 얼음이 사르르 녹아내릴 때,
그 시원함은 속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을 준다.

여름엔 물론이고, 심지어 겨울에도
그 청량한 감각은 오히려 짜릿한 위로가 된다.

나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빙수를 즐긴다.
이건 얼죽아와 비슷한 결이다.
사람들이 “이 날씨에 아이스야?” 하고 놀랄 때에도

아아를 먹는 사람들.


빙수 마니아에게 중요한 건 날씨가 아니다.
오직 ‘얼음의 질감’, ‘팥의 농도’, 그리고 ‘한 입의 만족감’이다.


빙수는 나만의 방식대로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팥, 떡, 과일, 젤리, 시리얼, 미숫가루까지—
한 그릇 안에 온갖 질감과 맛이 어우러지니
먹는 재미가 쏠쏠하고 질릴 틈이 없다.
그래서일까.

빙수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다.


나는 특히 너무 고운 눈꽃빙수보다는,
입자감이 살아 있는 얼음이 좋다.
딱 설빙 정도의 질감.
씹는 맛도 있고, 입안에서 녹는 속도도 적당한.
'빙수 같다'는 감각이 분명히 살아 있는 얼음이 좋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빙수도 빼놓을 수 없다.
우유 얼음을 직접 갈고,
진하게 졸인 팥을 얹고,
잘 익은 제철 과일 몇 조각,
전분가루를 입힌 찹쌀떡을 톡톡 올리고,
마지막엔 미숫가루나 체리에이드 가루를 살짝 뿌린다.
그건 단순한 디저트를 넘어서

추억이고, 사계절 내내 가능한 사치다.


내가 사랑하는 빙수는
편의점에서 파는 물맛 나는 얼음도 포함된다.
오트밀 우유를 부어 먹으면 그 자체로 꾸르맛이고,
도쿄빙수의 토마토빙수,
동빙고의 클래식 우유빙수,
카페베네의 화분빙수,

요즘 나오는 컵빙수,
설빙의 인절미 빙수까지—
모두 다 나만의 추억이고, 언제 먹어도 기분 좋은 음식이다.


빙수 마니아에게 계절이란 무의미하다.
내겐 겨울도, 봄도, 가을도, 여름도 빙수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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