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취향
웹툰이 지금처럼 대중화되기 전, 고등학생이던 나는 ‘웹툰 1세대’를 온몸으로 겪었다. 강풀 같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도 좋았지만,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건 다름 아닌 일상툰들이었다.
말하자면, 누군가의 자취방 냄새 같은, 구김진 교복 같은, 그런 느낌의 웹툰. 누군가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것 같은 그 만화들이 내게는 가장 웃기고 따뜻했다.
그중 한 작가. 이보람 작가를 너무 좋아한다. 그분은 일상툰: 퀴퀴한 일기를 연재한다.
그 툰을 처음 본건 네이버 ‘베스트 도전’ 코너에서였다. 웬만한 메인 툰을 다 읽어서 더 볼 게 없나 하고 들어갔던 베스트 도전 작가 중 꽤나 많은 양의 툰이 올라온 작가였다.
근데 진짜 너무 웃긴 거다 ㅋㅋ 정말 우리 동네 언니 같았다. 말투도 나랑 비슷하고, 일상도 닮았고, 그러니까 마치 “나도 이렇게 살고 있는데, 이걸 이렇게 웃기게 풀어내다니!” 싶었던 거다.
내가 고등학생 때부터 봤으니, 벌써 거의 20년. 그렇게 오랜 시간 내 일상에 스며 있던 그 작가는, 어느 날 보니 카카오 웹툰 메인 작가가 되어 있었다. 놀랍기도 하고, 너무 잘됐다는 생각에 괜히 뭉클했다. 내가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마음속으로는 진심으로 응원했다.
“진짜 너무 잘됐다. 축하드려요!”
내 청춘의 웃음과 위로를 함께 해준 사람이, 마침내 많은 사람 앞에서도 빛을 발하게 된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