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향이 난다는 건 누군가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는 의미. 그래서 나는 향을 좋아한다. 좋은 향이 나는 사람을 좋아하고, 좋은 향이 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사람에게서 나는 향이라는 건 단순히 코를 자극하는 무언가가 아니라 분위기, 감정, 인상, 성격, 삶 등을 공감각적으로 느끼게 한다. 그래서 좋은 향을 풍기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그저 향기를 뿜어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나는 좋은 향이 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많은 향의 지도를 작성해왔고, 또 지금도 더 좋은 향을 알기 위해 검색해보기도 하고 향수 매장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나에게 향수를 뿌린다는 건 어른이 된다는 의미와 같았다. 어렸을 적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마주하는 어른들의 곁에 머무르는 향을 맡으며, ‘나도 언젠가는 향수를 뿌릴 수 있는 사람이 되겠지’라는 향에 대한 막연한 희망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용돈을 모아 향수를 샀다. 내가 기억하는 첫 향수는 검은색 병에 보라색 향물이 담긴 것이었다. 당시 유행하기도 또 유명하기도 했던 명품 브랜드의 향수로 보라색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꼭 사고 싶었던 아이템이었다. 학교에 갈 때마다, 심지어 추리닝 바람으로 술 마시러 나갈 때에도 뿌리고 갔었다. 유난히 보라색을 좋아했고, 또 보라색을 좋아하는 나 자체를 좋아하며 그에 맞는 분위기를 뿜어내기 위해 그 향수를 참으로 많이도 뿌리고 다녔다. 그리고는 향이 좋다며, 어떤 향수냐며 묻는 물음에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변덕이 죽 끓는 나는 같은 향수를 두번 산 적이 없다. 하지만 여러 향수를 거치고 나면서 나와 어울리는 향, 어울리지 않는 향을 구별할 줄 알게 됐고, 질리지 않는 향을 발견하려 한다. 무엇보다도 어울리는 향을 찾으려 함은 향 자체가 좋은 느낌이 아닌 나의 이미지를 대변하고 나를 기억하게 하는 힘을 갖기 위해서다. 향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향이 나는 사람이고 싶어 지금도 나는 부지런히 향수를 꺼내 들고 또 찾아 나선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계속해서 변하는 나의 모습에 맞는 향수를 찾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며,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