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날, 커피 주문배달

by 강민경




어제부터 비가 내리는 끈적한 나날입니다. 늘 내려마시던 드립백 커피는 어제부로 끝장이 났고, 어제보다 끈적한 하루가 예상이 되는 아침에 아이스커피가 간절해졌습니다. 공복은 대충 밥통에 쌓인 밥과 엄마가 끓여둔 순두부찌개로 대충 때우면 될 테지만, 커피는 나가서 사 오거나 혹은 돈을 지불하는 정성이 있어야 했지요. 빗물에 팔뚝이 끈적이고 발바닥은 물기로 척척이는 게 싫어 배달앱을 켭니다. 카드결제 전날이니 조금은 저렴한 가격의 맥도날드 커피를 시키기로 합니다. 가족과 같이 살기 때문에 달랑 커피 한 잔을 시키는 것은 마음이 편칠 않으니 아이스커피 라지 두 잔, 드립 커피 미디엄으로 한 잔, 카페라떼 스몰 한 잔을 장바구니에 넣습니다. 엄마는 자식 돈으로 본인 것 사는 걸 진저리 나게 싫어하시니 드립 커피 미디엄으로 사서 아버지와 나눠 드시라 할 작정이었고, 커피가 욕심이 난 저는 아이스커피 한 잔에 라떼 스몰 한 잔까지 비울 생각으로 마음이 찼습니다. 비 오는 날, 휴일의 맥도날드는 늘 붐빈다는 걸 알기 때문에 100분이나 걸리는 소요시간의 지루함을 참아내 봅니다.


밥을 먹고 진득하게 그렇지만 조급하게 커피를 기다립니다. 커피가 올 것을 아니 괜스레 책 읽는 것도, 글 쓰는 것도 미루게 됩니다. 그리고 100분이 채워지기 전에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납니다. 커피를 받아 들고 급하게 아빠 엄마 것, 동생 것을 배분합니다. 그리고 급하게 제일 작은 사이즈의 컵을 들어마시는데, 맑은 맛이 납니다. 텁텁하고 매끄러운 맛이 나야 하는데 말이지요. 뚜껑을 열어보니 드립 커피입니다. 혹시 몰라 아빠 옆에 놓인 미디엄 사이즈의 컵을 열어보니 그것도 드립 커피입니다. 몹시 실망한 나는 배달앱을 시켜 주문한 리스트를 살펴봅니다. 절망스럽고 귀찮게도 제가 잘못한 탓이 아닌 혼잡스러웠을 매장 탓이었습니다. 내가 잘못한 탓이라면 수긍하고 포기했을 텐데, 비 오는 날 어울릴 라떼를 쉽사리 포기하자니 아까워졌습니다. 낯선 사람과의 전화통화를 싫어하는 성격이라 망설이는데 마침 배달앱에 메시지로 상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네요. 30초가량 망설이다가 배달이 잘못되었다는 메시지를 남깁니다. 어쩐지 해야 할 걸 했다는 마음이 들어 뿌듯합니다. 죄송하다는 문구를 보든 혹은 라떼를 새로 받든 그런 건 상관없이 말이지요. 그렇지만 매장이 아주 혼란스러운 탓인지 매장에 응답이 없어 상담이 종료되었다는 메시지가 옵니다. 전화를 해야 하는 건가, 또 마음에 부담이 몰려옵니다. 고민을 하고 보니 배달이 온 지 10분이 넘어가고, 이 정도면 매장에서도 기억을 못 하겠다 싶어 배달앱을 끄고 커피를 마시며 책을 앞으로 끌어옵니다. 그리고 뒤늦게 비를 잔뜩 맞은 배달원 분과 역시 비에 홀딱 젖은 4잔의 커피가 떠올랐습니다. 전화하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한층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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