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이후부터 나에게 커피는 끊을 수 없는 무언가였다. 물은 안 마셔도 커피는 마셔야 하는 몸이 되었다. 딱히 맛이 좋아서, 카페인 효과를 기대해서 커피를 마시는 건 아니었다. 게다가 처음 커피를 마셨을 땐 심장이 두근거려서 잠도 못 잘 정도였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까지 떨렸다. 그래도 커피를 시작한 몸은 커피를 끊어낼 수 없었다. 커피를 몸에 억지로 적응시켜가면서 커피와 함께 한 시간이 벌써 10년이 넘었다.
사실 커피 맛에 관한 철학이나 취향이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시간, 여유를 좋아한다. 좋아함을 넘어서 사랑한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아무리 바쁜 시간 속에서도 커피 한 모금을 입에 머금을 때의 순간을 행복이라 여긴다. 그 행복이 쌓여 내가 지금 살 수 있는 시간을 늘려간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있어도 무조건 한 손에 커피를 든 모습, 앉은 자리에 항상 커피가 놓여있는 모습은 내 커피 인생을 대표하는 장면들이다. 그 장면들 덕분에 나는 나로 살 수 있었고, 글을 쓸 수 있었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고 (과장을 보태지 않았다고 자신하며) 말할 수 있다.
쓴 맛, 시콤한 맛, 쌉싸름한 맛, 고소한 맛, 탄 맛 등 여러 맛들이 커피를 만드는 과정에 따라, 커피를 만드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혼합된다. 한 가지 맛이 아닌 여러 맛들이 혼재되어 입천장에 여운이 남기는 커피를 사랑한다. 인생의 맛을 단 한 가지 단어로 말한다면 단언컨대 커피라 답할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나는 커피 한 모금을 입에 굴리고, 얼음에 녹아들어 옅어지는 커피를 바라본다. 행복의 순간들이 커피와 함께 쌓여가고, 또 살아가는 시간들을 늘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