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무서웠다. 물속에서 숨을 쉬는 일이, 코로 물이 들어가 호흡이 막히는 게 두려웠다. 죽는 게 두려워 물이 무서웠고, 물에 얼굴이 조금이라도 닿으면 죽을 것 같은 공포에 빠졌었다. 하지만 물 공포증을 그저 두고만 보는 건 자꾸만 스스로에게 지는 기분이었다. 친구들과 수영장이나 바다에 놀러 가면 더욱 그랬다. 그깟 물이 뭐가 무서워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가며 물속에 들어가지도 못하나 싶고 그래서 눈 꼭 감고 들어가면 손발을 허우적대며 어쩔 줄 몰라했다. 물이 익숙하지 않은 세월이 30년이 되었고, 나는 그 30년이라는 시간을 물놀이도 하지 못하고 보낸 게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어느 뜨거운 여름날, 땀 뻘뻘 흘리며 길을 지나다 충동적으로 수영장에 등록했다. 필라테스를 하려고 여러 날을 마음먹었는데, 땀에 젖은 몸이 뇌를 몇 초 정도 지배했는지 물에 그냥 뛰어들고 싶어 수영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30년을 고민했던 물 공포증이 더위를 참지 못했다. 더 억울한 건, 수영복을 입고 쭈뼛쭈뼛 서있다가 숨 쉬는 법을 배우고 발차기를 여러 차례 차다가 물속으로 들어갔을 때의 물 공포 극복이었다. 그렇게 고민하고 무서워했던 일이 숨 쉬는 법을 알자마자, 발차기를 하면 앞으로 나아간다는 걸 알자마자 해소됐다. 지금도 깊은 물속에 들어가는 것이 무섭고, 호흡이 흐트러지면 빠져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만 적어도 몸에 힘을 빼면 뜰 수 있기 때문에 곧바로 죽지는 않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물 공포증에 허우적대던 지난날의 시간이 오히려 신기하게 느껴질 만큼, 수영을 좋아하게 됐다. 물에 떠오르는 느낌, 앞으로 나아가면서 느껴지는 물의 흐름, 머리가 비워지고 오로지 몸의 방향과 앞으로 나아가는 물의 흐름에 쏟는 신경들이 나를 건강하게 만들어주었다. 몸도 마음도. 수영으로 인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음을 오랜만에 느낀 것도 수영이 내게 준 선물이다. 호흡이 막히고 몸이 뜻대로 나아가지 않는 부족함을 스스로 파악하고 시간을 들여 해결해나가면서 20대보다 발전의 기회가 적어져 무기력했던 기운이 올랐다. 수영이라는 운동이 내게 준 건, 물 공포의 극복과 더불어 무기력한 나를 일깨우고 인생을 호흡하는 방법을 스스로 깨우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래서 나는 수영을 좋아하고 그리워하고 꾸준히 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