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를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남다르게 두부를 좋아해서, 찌개에 두부가 없으면 손도 안 댔다. 찌개 속 두부만 있어도 다른 반찬 없이 밥 한 공기는 뚝딱 비워내서 엄마는 언제나 찌개나 국 속에 두부를 2모 이상 넣는다. 찌개의 짠맛이 쏙 배어든 두부를 꺼내어 입안에 넣으면 고소한 맛과 찌개의 맛이 혀에 쫙 스며든다. 하지만 그것만이 두부를 유달리 좋아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아서, 단순히 두부를 좋아하는 입맛 이상으로 두부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생각해봤다.
'나는 왜 두부를 좋아하는가?'
또래 친구들은 쳐다보지도 않는 두부를 좋아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고, 두부를 씹으며 건강하게 먹는다는 보람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러한 느낌들은 두부를 좋아하는 이유라기보다는 두부를 좋아하는 마음을 더 증폭시키는 요소다. 그렇다고 고소한 맛을 유달리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두부를 먹게 된 건 결국 엄마의 손맛 때문이었을테다. 내 유년시절의 기억 한 켠에는 초록색 두부 상자 틀에 각 잡힌 두부를 매일 하나씩 사서 칼로 듬성듬성 썰어 찌개에 넣는 엄마의 모습이 있다. 나에게는 그 모습이 구수하고 감칠난 맛으로 기억된다. 어렸을 적 엄마는 무서웠어도, 엄마가 넣는 두부는 부드러웠고 포근했다. 그 기억이 두부를 좋아하게끔 이끌어주지 않았을까. 작은 두부 조각을 건져내어 입안으로 넣는 딸의 모습에 엄마는 두부를 빼놓지 않고 시장바구니에 넣었을 것이다.
두부를 고소한 맛이 아닌 기억의 맛으로 먹는 나에게 두부는 내 피와 살 그리고 삶의 조각이다. 앞으로도 여러 끼니를 두부와 함께 할테고, 언젠가는 같이 살아갈 그리고 사랑할 사람들에게도 두부를 좋아하는 나의 입맛과 취향 그리고 습관이 눈에 보이고 또 그들의 삶에 묻혀져 나갈 것이다. 누군가에게 두부를 좋아하는 나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비춰지고 각인된다는 것, 그건 나에게 두부처럼 부드럽지만 단단하고 폭신하게 느껴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