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수면제다. 치료를 위해 약을 복용하는 나는 그 부작용으로 불면증이 왔고, 2주간 제대로 못 자고 헤롱헤롱 거리다가 결국 하루에 자기 전 수면제 1알을 처방 받았다. 처음에 받아든 수면제는 낯설었다. 아주 작은 이 한 알이 날 무의식으로 끌고간다는 것이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찝찝함과 두려움과 함께 수면제 1알을 꿀꺽 삼켰다.
수면제를 복용하고 나서부터 잠드는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수면제가 그래서 무섭다. 내가 잠이 드는 순간, 잠에 빠져드는 순간의 시간들을 통째로 삼켜버린다.
수면제가 주는 힘이 그렇게 놀랍거나 강하지는 않다. 1시간 이상 잠들지 못하는 나를 그저 재워주는 역할만 할 뿐. 누가 망치로 때린 듯 깊이 잠들게 해준다거나, 피곤이 날아가게끔 잠들게 해주지 않는다. 그저 잘 열리지 않는 잠의 문을 억지로 열어 틈새를 만들어주기만 한다. 그 틈새로 밀쳐지고 나서의 시간들을 쥐락펴락할 힘은 어느 물질에게도, 물론 나에게도 없기에 모든 것은 그저 운과 하늘의 뜻이다.
자기 전 수면제 한 알이 나에게 주는 건 잠의 기회 그리고 잠들 수 있다는 안정이다. 잠들 수 있다는 안정에 기대는 것을 항상 경계하지만, 그 안정으로 안심하고 밤을 맞이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경계와 안정 사이로 어쩔 수 없이 기대는 수면제의 달콤함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내 치료가 끝이 남과 동시에 불면증도 사라질 것이고, 수면제에 기댄 나의 안정도 그 즈음에서 흔들거리리라. 그래도 안정이 우선이라 먼 미래의 불안은 잠시 멀리 두고 내 인생에서 적은 시간이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 하루 한 알 수면제에 오늘도 기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