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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경 Dec 11. 2022

말랑해지는 어깨


도수치료를 받고 있다. 목뼈는 30대 후반이 되면서 움직임을 멈추었고, 어깨는 얼굴 앞으로 고개를 내민 지 한참이나 되었다. 20대 때는 삶의 무게를 어깨 위에 짊어지고 가는 것이 사회의 훈장 같아서 마음 한 켠에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살기 위해 무게를 떼어내야만 한다. 정말이지 이대로라면 어깨가 얼굴 가로길이만큼 좁아지고 목은 꼿꼿해서 부러질 것 같아서,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아프지 않기 위해 어깨를 주먹질로 때리는 듯했다. 망치로 두들기듯 어깨에 충격을 주고, 억지로 근육을 잡아땡기고 자극한다. 지금까지의 나이로 살아오면서 쌓인 고뇌의 찌꺼기가 부수어지고 쏟아져내리듯, 어깨 위 무거운 짊이 흘러내리고 있다. 어깨는 점점 더 말랑해져 가고, 뼈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쇄골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삶이 이렇게 엿가락처럼 늘어지면 좋을까? 엿가락처럼 늘어나는 삶은 가느다랗게 얇아질 수밖에 없다. 잘 휘어지는 만큼, 오는 충격에 파동을 친다. 몇 시간을 연달아 컴퓨터 앞에 앉아있어도 아플 줄 모르던 굳은 어깨 근육은 말랑해지면서 몇 시간은커녕 몇 분마저도 고뇌 겪는 걸 버거워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말랑한 삶인가, 굳어서 딱딱해져 버리는 인생이 차라리 고통을 겪기엔 좀 나았을까? 차라리 어깨에 닿았을 때 쿠션감 없이 튕겨나가는 삶의 고충을 자랑스러워했던 게 덜 고통스러웠던 걸까? 태어난 대로 돌아가기 위해, 원래 가지고 있던 몸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고통을 다시 쥔다. 어쩌면 이제껏 꾸준히 받아온, 삶 속에서 나에게 힘차게 던져지는 공들을 튕겨내는 것이 아니라 잘 받기 위한 시작이 되지 않을까? 애초에 내 어깨는 무게를 짊어지기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새로 말랑해진 어깨로 새로운 고통을 견뎌내며 근육을 엿가락처럼 늘려본다. 삶이란 공을 쇄골로 받아내고,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근육으로 줄넘기를 시키는 상상을 하며.

 


글, 사진 강민경

인스타그램 @mk_lalala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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