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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일글

삶에 질문을 던지는 일

하루일글

by 강민경



“…그러나 누구도 시인들만큼 잘 묻기는 어렵다. 나는 그들로부터 질문하는 법을, 그 자세와 열도와 끈기를 배운다. 그것이 시를 읽는 한 가지 이유다. 인생은 질문하는 만큼만 살아지기 때문이다.”

인생의 역사, 신형철, 87p 중에서


인생은 질문하는 만큼만 살아진다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살아가다 질문이 떠오르면 그 질문에 답하면서 삶의 의미를 탐색하고-찾고-깨달아 갑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삶은 그만큼 확대됩니다. 내가 놀 수 있는 배경이 넓어진다고나 할까요? 삶의 폭이 넓어진다는 건, 죽음으로 향하는 길이 확대된다는 의미입니다. 길이 넓어지면 밟을 길을 선택하기가 재미있어지죠. 선택지가 많아지면서 머리가 복잡해지기는 하지만요. 좁은 길보다는 넓은 길을 걸을 때 윤택하게 걸어집니다. 걷기도 좋고, 큰 차를 타고 가기에도 좋고, 빠르게 달릴 수도 있고, 중간에 뱀 같은 걸 보면 갈지자로 피해 도망가기 좋죠.


인생에 질문을 던진다는 건 가슴에 불덩이를 안을 수 있는 품과 인내가 필요하네요. 질문을 꺼낸다는 건 고정관념 가득한 머릿속을 깨어 금이 가게 하는 일이죠. 불안을 끌어안고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상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길어지더라도 참아낼 수 있는 끈기가 있어야죠. 삶을 넓히고 풍족하게 만드는 일은, 그러니까 삶의 달고 쓴 열매를 따는 일은 그만큼 어렵고 그래서 간접적으로나마 배우려 시를 읽는 건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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