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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엄과 리듬'

10년차 수친자의 수영 에세이

by 강민경
헤엄과 리듬 표지.jpg

깍지 낀 손을 머리 위로 쭈-욱 늘리고 있으면
하늘색 타일 카펫을 깔고
사람을 기다리는 맑은 물이 눈에 비친다
머리 위로 쭈-욱 늘린 팔을

언제든 삼켜낼 수 있다며 보란 듯이
맞닿기 직전의 우리는
울림이 일어나기 전 우리는
파도치기 일보 직전 우리는
숨을 마음대로 쉴 수 없기 전 나는
기분 좋게 만나기 직전
물과의 보이지 않는 대치에 긴장을 꿀꺽 삼키고
보란 듯이 풍덩 뛰어들면 이는 물보라

‘무서워봤자 물이지’ ‘좋아져봤자 삶이지’

'작가의 말' 중에서



며칠 전, ‘시 쓰기’ 강의를 하면서
문득 ‘수영은 시와 같다’라는 생각을 했다.
마인드맵을 통해 떠올린 단어를 시로 엮는 수업으로, 시의 맛은 ‘운율’에서 비롯된다고 목 아프게 외치던 중이었다. 시가 잘 읽히려면 운율이 있어야 한다고, 리드미컬하게 읽힐 때 독자는 그 시를 기억하게 된다고. 운율 없는 시가 있을 수는 있으나, 운율이 있는 시는 재미를 불러일으킨다고. 그 말을 하면서 수영이라는 단어가 떠오른 건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인과였을까? 수영은 그야말로 리듬의 운동이다. 운율을 몸으로 표현한 운동. 리듬으로 몸의 파동을 느끼는 운동.수영이 재미있게 느껴졌던 순간은 물과 내가 한 몸이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였다. 물의 파동과 심장이 두근거리는 속도가 비슷해졌을 때, 발을 차고 팔을 내젓는 순간 물의 저항을 비껴가며 웨이브를 탈 때, 이 모든 몸의 놀림이 음악처럼 들릴 때, 수영에 푹푹 빠졌다. 한 번 느끼고 나면 절대 그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되고, 그 느낌을 다시 한번, 또다시 한번 몸에 익히려고 물에 계속해서 뛰어들고야 만다.
반복된 리듬은 몸에 기억되고, 잊히지 않는 춤이 된다.

'수영은 시와 같다' 중에서




◇ 10년 경력 수친자의 수영 일지


수영이라는 특별한 운동을 통해 삶의 리듬을 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힘이 되어줄 책을 만들고자 합니다. 바로 『헤엄과 리듬』 에세이인데요. 『헤엄과 리듬』은 수영을 통해 삶을 바라보고 감정을 풀어낸 책입니다. 물속에서의 감각, 리듬, 고요함, 그리고 두려움과 마주한 순간들을 글로 풀어냈어요.




◇ 작가: 강민경

마음을 가감없이 그대로 꺼내어 보이는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단상집 <empathy> <마음을 다하였다>, 에세이 <언제 무너져 버릴지 몰라>, 시집 <서른결의 언어>, 산문집 <소란스러운 하루>를 통해 내면을 바라보며 탐구하고, 끄집어내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인스타그램: @mk_lalalala




귀여운 수모키링도 준비했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텀블벅 링크에서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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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umblbug.com/swimmingandrhyt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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