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먹었어요>

불안장애에 대한 시

by 나언

세상에.

호흡을 하는 방법을 까먹었어요.


숨은 쉬는데. 숨이 쉬어지질 않아요.

과호흡이란 것을 깨닫고.

술을 사다 남은 봉지로 호흡을 하다가.


'아. 빅브라더가 보고 있어.'

어른들은 항상 내게.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라고 하셨지.


어떤 높은 기관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서로가 서로를 검열하는.

그 일부가 되어서. 자유를 까먹은 나.


오늘도 나는.

'내가 봉투를 쓰고 호흡하는 것을 남들이 보면 어쩌지?'

부모님이 방에서 나오시면, 내 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여기겠지.


오늘 같은 새벽에. 파자마를 입고 운동장을 뛰고 싶다.

괜찮아. 새벽에는 사람들이 모두 잠들었고.

빅브라더가 사라졌으니까. 내가 이상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을 거야.


시계 방향으로 운동장을 도는지.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괜찮고.

원으로 달리는지. 직선으로 달리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거야.

keyword
작가의 이전글<별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