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언 Jul 30. 2020

통화가 두려운 직장인?

콜포비아는 흔합니다

일반적으로 업무를 위한 소통 수단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보면 다음과 같다.


1) 메일을 통한 소통,

2) 메신저(커뮤니케이터)를 통한 소통,

3) 전화를 통한 유선 협의.


교신 사항 자체가 증빙이 되는 경우는 메일이나 메신저가 적절하고, 간단한 확인이나 반대로 긴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유선 협의가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세 가지의 소통수단을 목적에 맞게끔 알맞게 사용하는 것 역시 프로 회사원의 덕목일 테다. 업무 효율과 곧바로 직결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세 가지 소통 방식의 쿵짝쿵짝이 잘 맞아야지만 업무를 잘 해낸다는 나의 생각이 바뀐 일이 있었다. 바로 강 차장과의 만남이었다.


차분한 인상의 강 차장이 프로젝트 중간에 부팀장으로 부임하였다. 강 차장은 리포트도 늦는 법이 없었고, 요청 자료도 늘 제시간에 도착하곤 했는데 다만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대형 프로젝트의 부팀장의 자리에 있던 그의 자리가 늘 조용했던 것은 나로선 꽤나 의아한 점이었다. 그 자리가 으레 그렇듯 설계며, 구매며, 원가며, 회계며 많은 유관부서와 연락을 주고받을 일도 (혹은 소리 높여 싸울 일도) 많았을 텐데도 그랬다.


얼마간 강 차장과 함께 일을 하면서 알게된 것은, 강 차장이 약간의 전화 공포증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콜 포비아나 통화 포비아라고도 불리는 그것. 강 차장은 늘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지만 도통 전화를 하는 일이 없었다. 대부분 메일이나 메신저로 업무를 진행했고, 피치 못할 경우에만 짧게 유선 협의를 했다. 나는 즉시 강 차장이 회사원이며, 우리 팀의 부팀장이란 사실에 걱정되었다. 다양한 유관부서와 빨리빨리 협업해야 하는 자리인지라 프로젝트를 잘 이끌어 나가실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든 것.


걱정과 다르게 강 차장의 콜 포비아가 업무에서 문제를 일으킨 적은 전혀 없었다. 강 차장이 콜 포비아로 살아온 햇수만큼 그의 짬바도 대단했던 것이다. 전화로 시시껄렁한 수다나 떨던 전임자보다 일처리가 오히려 빨랐다. 심지어 대부분의 교신 사항이 Written evidence로 남는 강 차장의 소통방식은 다소간 업무에 도움이 된 적도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담당자와 나눈 메시지가 발견된 것!) 기어코 업무를 깔끔하게 마무리해내는 모습을 보고서는 일종의 존경심마저 들었다.


다만, 부하직원으로서 나는 강 차장이 종종 전화 외주(?)를 부탁하셨던 기억은 남아있다.


"재언 씨, 이거 좀 전화해서 빨리 확인해줘."

"재언 씨, 이 프로세스 그쪽에서 이해 못하는 것 같으니 설명 좀 해줄래?"

"재언 씨, 그쪽에다 전화해서 메일 주소 좀 알아봐." 등등.


업무 진행을 위해 가끔은 강 차장의 입 혹은 송화기가 되어야 했던 것이다.


요즘도 전화 없이 업무를 잘하시고 계신지 문득 궁금해지는데, 오랜만에 안부 차 연락을 드려야겠다.

물론 전화가 아닌 카! 톡!으로.


콜포비아는 생각보다 흔하다.


이전 23화 가장 공평한 회식 메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