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에 몇몇 아이들과 함께 사제동행 프로그램을 교실에서 진행하고 있어요.
코로나로 제한 사항이 많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은 교실에서 소규모로 운영하는 이런 프로그램을 참 좋아하지요.
딱히 선생님이 무엇을 해주어서가 아니라 몇 명 친구들과 함께 수다 떨면서 무엇인가를 만드는 그 시간을 좋아해요.(코로나 이전에는 같이 영화 보기, 궁궐 산책, 야구장 가기, 한강 가기 등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짰는데 먹을 수도 어딘가를 갈 수도 없어 항상 교실에서 여러 가지 만들기를 진행하는데 그것마저도 참 좋대요)
선생님은 그 옆에서 도와주기도 하고 함께 만들기도 하고 또 그들의 수다에 동참하는 시간이에요.
이럴 때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평소 알지 못했던 아이들의 뒷이야기도 많이 알게 되고 전체로 보았을 때 보지 못하는 모습들이 잘 보이지요. 그 모습이 딱! 아이다운 예쁜 모습이라 이 시간이 교사인 저도 즐겁지요.
며칠 전 아이들과 사제동행을 하는 중이었어요.
총 5명의 친구가 모여서 함께 만들기를 하며 이야기를 하는데, 이 녀석들의 수다가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어찌나 할 말들이 서로 많은지.
수업 중에는 이런 본인 이야기를 할 일이 많지 않았으니. 정말 쉴 새 없이 수다를 떨어서 언제 어떻게 끼어들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던 중, 한 아이가 최근 입주한 새 아파트로 이사 와서 전학 온 친구에게
'근데 나 궁금한 게 있는데, 너는 조합원이니? 그 집이 새 아파트가 되기 이전부터도 살고 있었는지가 궁금해'
라고 묻는 것입니다.
제가 순간, '우와~ 그런 것도 아는구나. 조합원이라는 단어를 알다니..' 하며 내심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학 온 아이가 한 말이
' 조합원은 아니고 일반 분양을 피 주고 샀어.''라고 대답하는 것 있죠.
뭔가 이상했어요.
그들의 대화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는데, 듣는 나는 되게 어색했어요.
그런데 뭐가 어색했는지를 정확하게 설명하기가 어려워요.
내가 기대했던 아이들의 대화 그 이상이라는 생각?
저는 아이들이 짝꿍 이야기하고 학교 앞 떡볶이집 이야기하고 영어학원 숙제를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분야의 이야기라.. ^^
묻는 아이도, 대답하는 아이도 어찌나 똑 부러지던지.
아이들의 눈에도 아이들의 관심에도 그런 부분이 있구나 하는 것이.
그러면서 이어서 누구네 집은 집을 두 채 사서 들어갔다는 둥.
우리 집주인은 미국에 있어서 전셋값을 많이 안 올려 좋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아이들의 모습이 새롭더라고요.
아이들도 다 아는 부동산을 그동안 나만 몰랐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