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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쌤 Jan 21. 2022

통지표 대신 개인 성장 보고서

그렇게 아이들은 오늘도 자란다.


학년 말이면 아이들의 통지표 작업을 하느라 바쁘다. 



어려운 일이라기보다 굉장히 '문서'적인 말투로 아이를 1년간 '관찰'한 결과를 잘 담아내어 글을 쓰기가 무척 까다롭고 신경 쓰인다.



생활기록부 작성에 앞서 매해 연수를 받는데 보통 '2021 생활기록부 기재요령'이라는 책자와 함께 유의 사항을 전달받는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유의 사항이 ' 행동 특성 및 종합의견'을 작성할 때 '변화와 성장' 중심으로 작성을 하는 것이며 '단점'을 입력할 경우에는 '변화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입력하도록 한다.


https://star.moe.go.kr/web/contents/m10700.do?&schM=view&page=1&viewCount=10&id=3469&schBdcode=&schGroupCode=



꼭, 생기부 기재요령 때문이 아니라도 아이는 늘 '변화'하고 '성장'하기 때문에 특히 '글'로 남기는 기록을 부정적으로 입력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에 한두 명 정도 꼭~~ 적어주고 싶은 아이의 특성은 매우 유순하게 돌려 이야기를 적는다.


그래서 '통지 표 번역기'라는 것도 있단다.


사실,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이다. 


https://blog.naver.com/ganapub1/222239193275

그래서 혹시 이 글을 보는 학부모님이 계시다면, 통지 표에 쓰여있는 '행동 특성'에 대해 너무 일희일비하지 않으셨으면.



교사 입장에서도 최선을 다해 관찰한 내용을 자세히 써 주려고 노력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아이를 바라보는 여러 시선 중 '하나'인 것이다. 



내가 집에서 보는 모습과 좀 다른 모습이 적혀 있다면, 우리 아이에게 내가 모르는 이런 모습이 보일 수도 있구나,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면 될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과 한 해를 마무리할 때면 나는 '개인 성장 보고서'를 써 보도록 한다.


'내가 쓰는 나의 일 년 성장 내용'과 같은 것이다.



사실, 나의 성장은 내가 가장 잘 알고 또 그래야 한다.


어떤 것을 더 잘하게 되었는지 또 어떤 것이 어려웠는지를 아는 것. 그것이 메타인지이며 자기 파악 능력이 아니겠는가.



아이들은 생각보다 더 객관적으로 자기를 평가하고 잘 알고 있다. 물론 주변에서 많이 듣는 잔소리, 칭찬의 영향을 전혀 안 받는 것은 아니겠으나, 누구도 몰랐던 성장을 본인은 잘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어떤 순간에도 결국 나를 평가하고 나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은 아이 내면에서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보통, 나의 성장 보고서를 만들 때에는 공부면, 생활면, 관계 면(교사, 또래), 그리고 그 해에 교사가 집중했던 활동에 대한 평가를 넣는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작성에 앞서 매우 진지하게 잔소리를 한다.



'네 삶의 주인은 너다. 이 통지표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건 네 긴 인생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선생님이 평가하는 너보다 너 스스로 평가하는 네가 훨씬 중요하고 값지다.'



'선생님, 저는 뭐 성장한 것이 없는 것 같은데요?'(꼭 이런 친구 있다.)



'친구야, 잘 생각해 보자. 우리는 날마다 성장하고 있어. 어제 하지 못했던 일을 오늘 하기도 하고 새롭게 배우는 일들도 꽤 많아. '


이런 말 한마디에도 더 진지하게 고민하는 아이들이 참 귀엽다.


1년 동안 성장한 모습을 꼼꼼하게 적고 난 뒤, 스스로를 칭찬하는 편지를 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은 내가 궁금해서 ^^


이렇게 쓴 자기 평가서와 통지 표를 함께 나누어준다.


내가 쓴 통지 표보다 아이들이 쓴 아이의 모습을 좀 더 집중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그렇게 아이들은 오늘도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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