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늘 춥다
학교는 늘 춥다.
히터가 들어오기는 하는데 교실에 나 홀로 있을 때에는 히터가 들어와도 늘 춥고 손발이 시리다.
회사에 출근하는 기분을 내고자 코트 입고 치마 입고 갔다가는 딱! 얼어 죽을 수도 있다.
게다가 체육 수업해야지, 미술 준비물 나르고 왔다 갔다 하고 아이들 가고 나면 야무지게 청소해야 하니 치마 복장이 무슨 말이냐.
한때, 나도 치마 정장을 늘 입고 출근한 적이 있었다. 애들한테 잘 보이고 싶었다. ^^
체육 시간에 옷 갈아입고 급식이나 준비물을 많이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조심하며 움직이면서도
꽤 오랜 기간 고수했었다.
2학년 아이들과 교실 급식을 할 때였다.
귀여운 우리 반 아이가 급식을 받아 교실로 들어오던 중, 깍두기 급식 통과 부딪혀 복도 벽에 깍두기 칠이 된 적이 있었다.
저학년에게 예쁘게 보인다며 입고 간 블링 블링한 블라우스와 샤랄라 한 치마를 입고 쭈그리고 앉아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두 손으로 한 움큼 깍두기를 주워 담은 적이 있었다.
그 핑크 색 블링 블링한 블라우스는 중간중간 빨간 깍두기 양념이 배어 그 뒤로는 입지 못 했던 것 같다.
이런 여러 교실 상황 속에서도 정장을 고수하던 내가 코로나로 좀 바뀌었다.
줌 3일 등교 2일이면 줌과 등 요일의 옷이 한참 다른 것이다.
줌은 무조건 따뜻하게 챙겨 입고 아래에는 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출근한다.
이렇게 출근해 보니 어찌나 편하던지.
엊그제 학교에 출근할 생각을 하니 추위 많이 타는 나는 벌써 춥다.
그래서 목을 감싸는 티에 경량 패딩을 입고 또 긴 패딩을 입고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길고 두꺼운 패딩도 교실에서 움직이기 불편한 것은 코트와 매한가지라서 겨울철 나의 교실 교복은 늘 긴 경량 패딩이다.
경량 패딩을 챙겨서 갈 준비를 하는데
"엄마, 그 옷, 학교에서 주는 거야?"
라며 진지하게 묻는 큰 아이.
'이건 뭔 소리지?'라고 생각하는 차에
"그치? 우리 선생님도 이거 입고 계시던데. 3반 선생님도 이거 입은 거 봤어."
라는 둘째의 어시스트.
"응, 우리 반 선생님도 이거 입고 계시던데. 학교에서 겨울에 나눠주는 거야?"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나는 그 선생님들의 마음을 백번 이해할 수 있다.
따뜻하고 활동적인 경량 패딩이야말로 교사의 교복이 아닌가.
얼굴도 모르지만 느껴지는 동지애.
"응, 몰랐어? 학교에서 선생님한테만 나눠주는 거야."
짜식. 엄마, 갔다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