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바라보기
몇 주전 학원에서 레벨 테스트를 보고 며칠간 참 마음이 심란했더란다.
그들이 자신 있게 말하는 기준에 우리 아이가 한참이나 못 미친 듯 보였고 날마다 꾸준히 개미처럼 쌓아 온 아이의 하루하루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 날들이었다.
자책을 하며 공교육에 있는 내가 너무 순진하고 이상적이었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아이의 그릇이 한참이나 부족해 보였던 것이 가장 속상했다.
내가 분명 20년 가까이 교실에서 봐 온 아이들에 대한 데이터가 있다, 꾸준히 객관적으로 봐 왔다고 생각했던 그 아이들과 학원에서 말하는 어떤 레벨, 기준은 참으로 다른 이야기 같았다.
너무나 자신 있게 말하는 태도에 '나만 모르고 있었나? 여기는 다 그런가?'라는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
오늘 아이가 학원에 등원한 첫날이다.
역시나 아이는 과제가 올라오자마자 즉각 끝냈고, 재미있다고 했고, 그리고 스스로를 뿌듯하다고 했다.
학습량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오전 중에 더 빨리 본인이 해야 할 일들을 끝내놓았고 시간에 맞추어 셔틀을 타고 학원에 갔다.
라이딩을 해 줄 상황도 안되고, 늘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아이지만 그렇기에 지금 생각해 보면 혼자 계획을 세우고 날마다 성실히 본인이 해야 할 일들을 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학습이 아직 재미있고, 스스로 해결한 것에 대해 뿌듯하다고 느끼고, 자신의 할 일을 성실하게 해 내는 것.
사실, 내가 지금까지 아이에게 길러주고 싶었던 학습에 대한 태도를 아이는 잘 체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학원이 말하는 기준에 맞추어 내 아이를 생각했던 그 순간이 부끄럽다.
어느 학원에서는 A 영역이 부족하다고 하고, 반대로 다른 학원에서는 A 영역은 잘 하고 있는데 B 영역이 부족하다고 한다.
어떤 기준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동안 꾸준히 봐 온 아이가 아니던가.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오늘 큰 아이는 혼자 버스를 타고 학원을 간 첫날이고( 돌아올 때는 버스로)
작은 아이는 형 없이 학원을 간 첫날이야.
기념하게 '붕어빵'이라도 사 와.
남편은 '이제 6학년인데 뭘'이라며 심드렁하더니 아이가 오는 시간에 맞추어 따뜻한 붕어빵을 사 왔다.
잘 했어. 아가들. 대견하게 잘 크고 있구나.
오늘을 기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