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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쌤 Mar 03. 2022

3월 3일 아침, 잘 모르는 거 같더라.

3월 2일은 교사에게도 바쁘고 정신없는 날이지만 아이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기는 날이다.




이제 3학년이 되는 둘째는 갑자기 6교시가 생긴 것도 당황스럽고 교과서의 종류도 생소하고

혼자서 처음 학원 셔틀을 타고 낯선 공간에 낯선 사람들을 만나 공부라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도 다 낯설다.

3월 1일 새벽 3시에 갑자기 눈이 떠졌다가 엄마 아빠 방에 들러 한 번 다시 본 후에 잠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 아이도 적잖이 긴장하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더 안아주고 고생했다고 쓰다듬어 주는 것.

아이의 재잘거리는 수다 소리를 모두 다 들어주는 것.



그래서 어제저녁은 둘째와 한없이 이야기하며 안아주며 함께 잠들었다.

큰 아이는 할 일이 아직 안 끝났다며 조금 늦게 왔더니 엄마와 동생이 이미 잠들어서 아빠와 함께 잠들었다.

큰 아이에게도 변화가 있는 날이었을 텐데, 본인의 할 일을 더 잘하겠다고 노력하는 덕에(?) 엄마의 옆자리와 수다 타임을 놓친 것이 서운했던 모양이다.



3월 3일. 새 학년의 둘째 날이라고 해서 갑자기 익숙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7시 30분 아이들이 일어나고

나는 아이들이 일어나는 시간에 맞추어 아침을 준비해 둔다.

7시 50분이면 나가야 하기 때문에 고작 20분 남짓이 아이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

아이들이 씻고 아침을 다 먹을 때쯤,



바쁜 마음과 걸음으로  출근하려고 나선다.



"엄마 다녀올게"




보통 우리 집의 스케줄은 내가 출근할 때쯤 밥을 다 먹고 큰 아이는 구몬과 독해력 문제집을 하고

둘째는 EBS 두 개 정도의 프로그램을 본다.

그리고 35분쯤 집을 나서 학교로 간다. 

자기 방으로 각자 들어가 공부를 시작하려는 아이들을 향해



"엄마 다녀올게"라며 큰 소리로 외치고 신발을 신는데


큰 아이가 급하게 다가와 입술을 쪼옥 내밀며 뽀뽀해 준다.


"잘 다녀와, 내가 얼마나 엄마 사랑하는지 알지?"


"그럼, 알지"



이런 애교 많은 아들의 배웅을 받는 중인데 아들의 한 마디.


"근데, 잘 모르는 거 같더라?"라며 씩 웃는다.




어? 어떻게 해야 잘 아는 거 같을까? 


어제 동생만 다독여 준 것에 대한 회심의 한 방인가.


엄마도 너 엄청 사랑하는데? 너 잘 모르는 거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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