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뭐라고
예상했던 것보다 학교는 더 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우리 학교는 2주간 전면 원격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각 반마다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하루에 30만 명이 나오는 상황이니 오히려 안 걸리는 것이 더 어려운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하루하루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계절 독감 정도라고 하지만 나는 혹여 내가 걸렸을 때 생길 여러 가지 수업 결손이나 학생들에게 전파가 될까 봐 등등이 걱정되어 3월 2일부터 급식을 신청하지 않았다.
사실, 지금이야 원격 기간이니 점심시간에 맞추어 집에서 가지고 간 빵이나 샌드위치 또는 고구마 같은 것을 먹을 수 있지만 아이들이 다음 주부터 나온다면 급식 시간에는 꾹 참았다가 아이들이 하교한 2시 이후에나 밥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무슨 유별인가 싶지만, 아직 학급 세우기도 다 되지 않고 중간에 대체 선생님이 들어가면 그 또한 아이들에게 혼란이 될 것 같아 내 선에서는 조심한다고 조심하는 중이다. 물론 외식도 만남도 일절 하지 않고 늘 한적한 숲길만 걷는 중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어머님이 전화하셨다.
사실 나는 그렇게 애교 있거나 살가운 스타일의 며느리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울 것 같다. 어머님은 내가 아침도 잘 안 먹는 걸 알고 계시는데 점심도 안 먹는다니 게다가 막 음식 하고 그러지도 않는데 점심은 도대체 어떻게 싸서 가는지 걱정이 되셨나 보다.
"점심을 안 먹는다며, 배고파서 어떻게 수업을 하냐. 반찬을 해서 보내야 할 것 같은데 뭐 먹고 싶은 것은 없니?"
이 말을 하시는 어머님은 며칠 전 코로나에 걸리신 후 회복 중이신 상태이다. 짧은 전화 속에서도 기침을 몇 번이나 하시는지 모른다.
"어머니, 저 고구마도 싸 가지고 가고 이것저것 많이 가지고 가요. 그리고 아침에 밥을 먹고 가서 점심에 간단히 먹어도 괜찮아요."
"다행이다, 네가 아침 잘 안 먹고 커피 한 잔 들고나가서 늘 걱정되더라. 밥을 잘 챙겨 먹는다니 다행이다."
어머님은 늘 내가 짠하고 가까이 살지 않아서 안쓰럽다고 하신다.
70이 넘은 어머님이 기침을 심하게 하시며 마흔 넘은 며느리 출근할 때 밥 못 먹을까 봐 반찬을 해서 보내신다는데 내 마음이 왜 짠한지 모르겠다.
몇 번을 괜찮다, 집에 있는 반찬 목록을 쭉 불러드리고 점심에 싸가는 음식의 종류를 쭉 불러 드린 다음에야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그다음 날이었다.
엄마랑 통화를 하는데 엄마는 묻지도 않고 신학기 바쁠 텐데 고생한다며(우리 엄마의 단골 멘트다, 늘 고생한다고 하신다) 반찬 보냈다고 하셨다. 역시 우리 엄마는 실행력이 엄청나신다. 마음 쓸 일도 많고 몸도 힘드실 텐데 언제 그 반찬들을 다 하셨을까.
엄마는 내 생일 때는 생일이라고 미역국에 생일상을 차려 보내신다. 새 학기 면 새 학기라고 방학이면 방학이라서 아이들과 밥 챙겨 먹기 힘들다고 해서 보내신다. 가끔은 그 안에 정성스레 쓴 꽃 편지도 들어있다.
아이고,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나이만 계속 먹지 뭐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보살핌 받고 있다.
"뭐야, 힘든데 뭘 이렇게나 종류를 많이 해서 보내."
라며 칭얼대지만 내가 좋아하는 반찬 생각에 벌써 행복해진다.
요리를 잘하지도 않지만 어떻게 해도 엄마의 반찬처럼은 못 만든다. 그냥 엄마 반찬만의 맛이 있다.
이건 큰 아들 좋아하는 반찬.
이건 작은 아들 좋아하는 반찬.
그리고 이건 사위, 그리고 이건 딸. 골고루 해주신 음식 택배를 뜯으며 따뜻한 밥을 한다.
그래, 다 별거냐.
사랑하는 사람들과 따뜻한 밥 한 끼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이 일상.
이것이 참 그립다.
그리고 또 고맙다. 내가 받은 것은 전화 한 통과 반찬이었지만 쪼그라질 것 같은 나의 마음을 환하게
펴 주는 따뜻한 다림질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