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쯤 연락을 받은 것 같다.
5월에 안동 도서관에서 '어휘력' 관련 강의를 해 줄 수 있겠느냐고 말이다.
대면 강의를 이야기하셨고 나에게는 '첫' 대면 강의인 셈이다.
날 좋은 5월에 안동이라.
거기까지 가는 교통 편이 좋지 않아 강의 한 달 전부터 우리는 1박 2일의 가족 여행을 꿈꿨고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 가보고 안 가본 안동을 간다고 들떠있었다.
숙소도 예약했고, 월영교에서 달보트도 타겠다고 야무지게 생각하고 있었다.
함께 내려가 맘모스에서 아점을 먹고 내가 강의하는 동안 남편이 아이 둘과 함께 놀다가 나를 픽업하러 올 계획이었다.
알차게 여행 계획을 먼저 세운 후에 강의 자료를 만들어 나갔다.
책 양도 방대할뿐더러 어찌나 할 말도 많던지..
PPT 40장 이상을 빼곡 채워 준비했다.
이런 준비를 하는 시간이 나는 참 좋다. 나를 활기차게 만든다고 해야 할까?
늘, 사서 고생한다고 남편이 이야기하지만 모두 자고 있는 저녁에 새롭게 계획하고 만드는 그 순간이 나만의 시간이라 참 좋다.
그런데....
강의 이틀 전에 남편이 갑자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남편이 어찌나 야속하던지.
아, 서울에서 그동안 참 잘 견딘다고 견뎌왔는데 하필 강의 이틀 전에 이게 무슨 일이람.
만약 나에게도 증상이 생기면 강의는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앞섰다.
이틀 동안 자가 키트를 아침저녁으로 하면서 초조, 불안한 마음으로 지내다가 결국 나 혼자 아침에 버스를 타고
안동에 내려갔다.
다행히 남편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감염되지 않고 잘 지나갔지만 나 혼자 일찍 내려가 맘모스 제과에 앉아 먹는 빵은 별로였다.(그래도 빵은 먹음 ㅋ)
강의 시간이 임박했는데 사람이 많지 않으니 이렇게 좋은 날, 내 강의를 들으러 오실까?라는 걱정도 앞섰다.
역시나, 사람은 많이 오지 않았다.
대기 인원까지 생길 정도로 예약이 가득했다는데 모두 당일 펑크를 내신 모양이다.
도서관 측에서 죄송하다고 이야기하시지만 뭐 도서관에서 죄송할 일인가요.
첫 대면이라서 그런지 떨리더라.
발표 내용을 여러 번 생각하며 수줍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참 이야기하다 보니 관객들의 반응이 적극적으로 바뀌는 것이 보였다.
질문도 적극적으로 하고 호응도 적극적으로 해 주셨다.
2시간을 쉼 없이 이야기하고 질문을 받는데 거기 계신 거의 모든 분들의 질문을 받은 것 같다.
그중, 남아서까지 질문하신 한 남성분.
자녀 교육에 적극적이신 그분께서 내 책 '초 5'를 너무 감명 깊게 읽어서 이 강의도 신청했다고 하신다.
우와, 직접적으로 이런 이야기 듣는 것이 처음이라 엄청 좋았는데 뭐라 대꾸를 적절하게 못 한 듯.
이런 센스는 어디서 살 수 있나요? ㅠㅠ
2시간 강의에 하루를 몽땅 쓴 것 같지만 그래도 새롭고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