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듣고 싶은 한 마디
그가 해줄 수 없는 한 마디
그냥 나는 딱 그 한 마디가 듣고 싶었다.
'힘들지?'
더 이상의 어떤 행동을 요청한 것이 아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두 아이를 챙겨서 등원시켜 달라는 것도 아니고 저녁에 아이들 공부를 봐 달라는 것도 아니다. 그냥 지금 내가 힘듦을 알아주고 따뜻한 위로의 눈빛 하나면 난 또 아무렇지 않게 힘을 내서 씩씩하게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는 그 한마디가 참 힘들다.
그도 이미 40Km가 되는 직장을 출퇴근하며 바뀐 업무에 적응하느라 날카롭고 지쳐있었다.
나의 복직과 서울로 복귀 후의 일상이다.
휴직했을 때 우리는 잠깐 강릉 살이를 했다.
매 주말 강원도를 누비고 다니며 힘들지만 행복했다. 그 시간 기억들은 정말 소중하고 보물 같은 기억들이다.
그 당시 남편은 아기띠를 앞으로 메고 한 명은 뒤로 메고 일요일 오전에 집안 청소를 하며 나에게 교회를 다녀오라고 하는 사람이었다.
어딜 가나 아이는 아빠 가슴에 붙어 있었고, 심지어 셋이 돌아다니다가 엄마 없이 애 키우는 사람 소리도 들었다.
내가 무엇을 하나 늘 지지하는 사람이었고 아이를 키우는데 가장 적극적인 아빠였다.
복직하고 남편은 장거리 출퇴근을 해야 하고 나는 아침마다 전쟁을 치렀다.
남편도 나도 새로운 환경에 힘들어하고 있었고 육아는 상대적으로 직장이 가까운 내 몫이 되었다.
학교에서 늘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던 나는 복직 후 이런 바보가 있나 싶게 학교 생활에 적응을 어려워했다.
복직 전, 신나서 멀리 아웃렛까지 가서 출근복을 산다고 들떠있던 나는 출근 일주일 만에 K.O.
모든 것이 갑자기 엉망이 된 것 같았다.
불과 한 달 전 강릉에서 멋진 소나무길을 걸을 때와는 딴 판이된 나의 일상.
그리고 '내가 더 힘들다'라는 남편의 표정.
마음속에 서운함... 그 한 마디가 그렇게 힘들까?
나는 내내 서운했고, 내내 냉랭했다.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었다.
한참, 시간이 흘러 가족과 함께 간 숲 해설에서 해설하시는 분이 아빠들에게 미션을 내주었다. 주변 식물들을 이용해 부인에게 편지를 쓰라고.. 남편이 쓴 편지를 읽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주책맞게..
미안하다. 고맙다. 많이 힘들었지?
그래.. 그런 말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왜 진작...이라고 생각에 생각을 물고 가다가 문득.
그래. 그도 그때, 나에게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을지 모르겠다.